교수들 '온라인 강의 적응' 어려움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 처음 경험
정부 K-뉴딜 '격차해소' 대책 없어
산업 성장할 수록 '소외자' 많아져
패러다임 전환·대안마련 절실하다


김정순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마스크를 낀 채 헤드폰을 장착하고 마이크를 확인한다. 마이크를 입에 너무 가까이 댈 경우 거친 숨소리나 불필요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어 체크는 필수다. 노안이 온 필자는 화면에 띄운 PPT를 잘 볼 수 없어 안경을 써야 한다. 마스크와 헤드폰, 마이크와 안경까지 착용하면 우주복이라도 입은 듯 거북하고 갑갑하다.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자못 비장한 마음으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으면 비로소 온라인 강의 준비 끝이다.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필자는 강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생소한 것에 눌려 지쳐버리는 느낌이 든다. 이게 다가 아니다. 분명 온라인 수업임에도 오프라인 수업과 다름없이 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온라인의 장점은 공간적 제약 없는 접속 아니던가? 누구나 아는 이 사실을 몰라서 멀리 학교까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온라인 강의 적응에 어려움이 많다.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교 차원의 별도지원이 없다. 교수들은 각자도생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기 일쑤다. 온라인 수업은 파일을 저장해서 학교에 제출해야 되는데 파일 저장 대신에 취소를 눌러 버리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비대면의 디지털 방식은 교감이 없는 탓인지 불안하다. 특별한 피드백 없이 표정만으로도 교감이 이뤄지는 오프라인 강의실하고는 사뭇 다르다. 필자의 경우는 대학에서 20년 이상 강의를 해 온 터라 강의 자체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안감과 부담 자체다. 이런 연유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조교의 도움이 있는 학교로 가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인데 왕복 3시간이 소요되는 학교로 가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디지털 부적응 문제인 것이다.

온라인 수업 디지털 부적응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강의의 질적 하락일 것이다. 온라인이라는 익숙지 않은 강의 방식이 주는 불필요한 긴장은 강의 집중을 방해한다. 실제로 온라인 강의 시작 한 달이 지났지만 익숙해질 기미가 없다. 어쩌면 종강 무렵에나 익숙해질지도 모르겠다.

필자를 포함,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부적응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렇게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변화 속 혼란을 겪게 하고 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비대면으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제도와 관행 속에 변화된 디지털 시대의 상황과 맞물려 부적응 문제가 속출한다.

최근에 정부는 K-뉴딜 정책을 천명하며 디지털 산업 발전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디지털 산업 발전 구상 어디에도 디지털 격차로 인한 부적응 문제 등 격차 해소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온라인 강의 특성과 교수 학습방법이 조화롭게 훈련돼 있을 때 온라인 강의가 잘 이뤄질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성장 플랜도 국민 모두 적응하고 잘 따라갈 수 있어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디지털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중심으로 산업 구조 전반이 바뀔 것이란 얘기다. 한마디로 코로나와 언택트 비즈니스는 서로 맞물리면서 디지털 중심으로 세상의 자산이 이동되고 있다. 디지털 발전 속도에 비례해 부적응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달라진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은 필수인 것이다.

디지털 세상을 선도하겠다는 국정 기조에 맞춰 디지털 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디지털 격차로 고생하며 소외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그저 아날로그 세대의 문제쯤으로 봐서는 안 된다. 디지털 격차에서 오는 정보의 불균등으로 인한 사회문제는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격차는 빈부의 격차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일 수 있다. 디지털 부적응과 정보격차 해소 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부적응 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디지털 격차 해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