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서 20% "휴식시간 쉴수없다"
인천 822곳중 100곳 냉방기 '전무'
80여개 단지는 난방시설조차 없어
市 "내년 관리비용 지원안 검토중"
경비원들은 주민들의 '갑질'뿐 아니라 열악한 근로 환경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A씨는 3.3㎡ 남짓한 경비 초소에서 근무한다. 오전 5시 30분에 교대해 24시간을 근무하는 2교대 제도다.
A씨의 계약 규정에는 점심·저녁 각 2시간 30분, 야간 4시간 30분의 휴게 시간이 포함돼 있지만, 점심에는 택배를 맡기려는 택배 기사들이, 저녁에는 택배를 찾으러 오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는 탓에 쉴 수가 없다.
쉬는 시간은 사실상 야간이 전부지만, 오전 1시부터 시작되는 이 시간도 쉬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별도의 휴게실이 없어 초소 바닥에 박스 조각을 깔고 눈을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파지 수거, 재활용 쓰레기 정리, 낙엽 청소까지 모두 경비원의 몫이다. 심지어는 관리사무소가 해야 하는 수도 검침도 우리에게 시켜 쉴 수가 없다"며 "진짜 인간 대우를 못 받지만, 개선해달라고 하면 당장 잘릴 걱정에 얘기도 못 꺼낸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사연구 및 노사관계 지원사업 공동사업단'이 서울 강서구 등 전국 15개 지역 경비 노동자 3천300여 명을 조사해 펴낸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체 참여자의 약 24%가 입주민으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당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꼴이다.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도 전체의 약 11%를 차지했다. 또 규정상 경비원들의 휴게 시간은 평균 8시간으로 조사됐는데, 실제로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약 6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부평구가 (사)홍익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아파트 경비근로자 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응한 518명의 경비원 중 약 20%가 휴식 시간에 쉴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1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고용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천에 있는 300세대 이상 등의 의무관리대상 아파트(822개 단지) 중 약 100개 단지 경비 초소에는 아직 냉방 시설조차 없다. 난방 시설이 없는 곳도 80여 개 단지다.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소규모 아파트 단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구 홍익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5년 전에 실시한 경비원 실태 조사가 인천의 마지막 조사일 정도로 경비원 문제는 인천시의 관심 밖에 있는 것 같다"며 "경비원 근로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최근 실태 조사가 5년 전이긴 하지만, 경비원들의 휴게 시설, 냉·난방기 설치 현황 등은 매년 파악하고 있다. 조사를 안 한 건 아니다"라며 "내년에는 경비원 휴게시설 등의 관리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과 경비원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