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업·첨단 기술 거센 추격에
"위험국가" 미국 무역관세로 반격
강대국 사이 '한국 힘든 선택' 강요
정부 미래인재 육성정책지원 절실

워싱턴의 반격을 보면 중국의 기술성장을 저지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넘쳐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세를 주된 대중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제조업과 첨단기술을 지켜야 한다는 테크노 내셔널리즘을 분출시키고 있다. 중국이야말로 지식재산권의 침해를 통해 미국의 안전과 번영을 해치는 위험한 국가라는 주장이다. 이미 미국은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화웨이 등으로부터 통신기기나 영상 감시기기의 조달을 금지했다. 올해 8월부터는 이들 회사의 기기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과의 계약도 금지한다. 지난 2월13일부터 시행된 '외국투자 리스크심사 현대화법'(FIRRMA)의 시행규칙은 사실상 '중국제조 202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생명공학·축전지·원자력 등 27개의 산업분야에 대해 중국 등 외국인의 투자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인공지능·로봇·양자 정보과학·극초음속 병기 등 첨단기술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산업스파이로 지목하여 연구소·대학·방산회사에 소속된 중국 연구자의 비자 등을 취소하는 절차도 시작하고 있다. 21세기 전쟁의 상대는 이념이 아니라 기술패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첨단기술을 둘러싼 기술 패권전쟁은 왜 격해지고 있는가. 기술패권이란 첨단기술의 개발·이용·관리 등을 장악한다는 의미이다. 기술력이 국가안보 뿐만 아니라 외교적 수단으로 그리고 국력의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다. 첨단기술은 군사적 차원의 게임 체인저를 넘어 국제질서를 장악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중국이 디지털 실크로드라는 개념을 내세워 5G의 표준화에 주력하는 이유다. 5G를 앞세운 중국에 맞서 미국이 강력하게 저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기술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 국가로 연결된 기술에 대한 차단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미래에 지켜야할 최첨단 기술로 게놈공학·AI기계학습·양자암호·양자컴퓨터·첨단감시기술 등을 들었다. 현재 한국은 기술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거대한 국제시장이자 성장하는 중국. 국가안보와 수출의 핵심인 미국과의 동맹관계. 과연 어디를 선택해야 하는가. 선택에 따라서는 첨단기술과 수출입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이것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계적 수준의 첨단기술을 보유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는 향후 5년간 76조원을 투자한다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디지털 뉴딜은 2조7천억원이다. 사업을 보면 데이터·5G·AI인재 육성 정책 등이다. 기술목록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만도 못하다. 올해 삼성전자는 양자암호통신·차세대 항암제·장애물 뒤 물체 촬영 등을 지원한다.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최첨단기술(emerging technologies)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통해 우리들은 최첨단기술이 국가안보이자 경제라는 사실을 경험하였다. 앞으로 강대국은 G7의 초대가 아니라 최첨단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최첨단기술개발의 핵심은 고급인재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7월에 종합적으로 발표되는 뉴딜에는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최첨단기술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