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와서 맨 나중에 가는 꽃이 있다. 장례식장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국화. 흰 국화는 조문객보다 빨리 와서 화환으로 서 있기도 하고, 한 송이씩 영전에 올려 망자의 넋을 기리기도 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풍속은 문명 이전인 10만 년 전 살았던 인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네안데르탈인에도 존재했다고 하는데, 독일의 네안데르 골짜기에서 발견된 이들도 장례를 치르고 꽃을 바쳤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처럼 '만개하여 뒤집힌 꽃'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산자와 죽은 자를 배웅하는 꽃으로 '오래가는 죽음'을 기억하기 때문에 피어나는 것인가. '국화가 피어 있는 동안'에 '먼 친척이 결혼을 하고 삼촌이 돌아가시고 딸아이가 돌을 맞고'. 지금 새로운 삶을 시작하거나 뜨거웠던 생명이 다하는 사람 곁에 머문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알 수 없는 미래의 오늘을 위해 국화는 '이번 주에도 다음 달에도' 그렇게 당신을 희미하게 쳐다보며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라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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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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