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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하이패스 차로 전광판의 홍보 문구를 수정해라'.

최근 고속도로를 이용해 인천~수원을 오갈 일이 많았는데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다 전광판에서 발견한 하이패스 홍보 문구가 운전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이패스로 코로나19 예방하세요', '코로나19 예방은 하이패스와 함께! 안전한 하이패스!'라는 식의 글귀다.

작성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난 그 문구에서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바이러스가 기생할 지도 모를 숙주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라고는 하지만 하이패스의 비대면 특성만 강조해 홍보하는 방식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이패스의 '안전'을 강조했는데 과연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에서 요금 징수원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도 위험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면 방식의 요금 징수가 감염병 위험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면 더 안전한 하이패스를 이용하라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방역에 신경을 쓰는 것이 먼저여야 하지 않는가.

또 하이패스 차로 바로 옆에서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 안에는 여전히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멀쩡히 일하고 있었는데 이 노동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든다.

내 주변에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 지인들이 더러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을 염려, 내 동선이 혹시나 다른 누군가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 무상으로 보급해야 할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

하이패스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82.7%에 이른다. 한국도로공사가 이용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시류를 탄 하이패스 홍보보다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