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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영일 정씨 승지공파 종중이 촬영한 정우량(1692~1754) 묘지석. 원교 이광사가 글씨를 썼다. /영일정씨 판결사·승지공파 종중 제공

원교체로 쓴 정우량 선생 묘지석
영일 정씨 종중, 오늘 발굴 '보존'

인천 연수구 동춘동 '영일 정씨' 집안의 묘역에 묻혔던,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명필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1705~1777)의 글씨가 빛을 보게 됐다.

영일 정씨 판결사공·승지공파 종중은 11일 오전 동춘동 묘역에 있는 문충공(文忠公) 정우량(鄭羽良, 1692~1754) 선생의 묘를 개장해 묘지석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우의정을 지낸 정우량 선생의 묘지석은 조선 후기 명필 이광사가 글씨를 썼다. 강화학파의 계보를 잇는 이광사는 '원교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완성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일 정씨 종중은 1990년대 동춘동 일대 아파트 개발사업으로 정우량 선생의 묘를 지금의 자리로 이장하다가 함께 묻혀있던 묘지석을 발견했다. 종중은 이장 당시 이광사가 누구인지 잘 몰라서 묘지석 사진만 촬영하고 그대로 묻었다고 한다.

2018년 동춘동 묘역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교체로 쓰인 묘지석의 가치를 알게 됐고, 올해 윤달을 맞아 발굴하기로 했다. 분묘 17기와 석물(石物) 66점이 있는 영일 정씨 동춘동 묘역은 올해 3월 인천시 기념물 68호로 지정됐다.

종중은 전문가들이 입회한 가운데 묘지석을 꺼내고, 탁본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후 전문가에게 의뢰해 이광사가 쓴 묘지석의 문화재적 가치를 조사하고, 가치가 크다고 평가되면 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태송 종중 사무국장은 "문화재 전문가들도 이광사 필체의 묘지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집안 어르신의 묘지석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발굴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