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소 대부분 야외… 더위 무방비
남인천여중서 3명 탈진 병원치료
글로브월 채취 방식 확대 목소리
"땀이 난다 정도가 아니라 줄줄 흐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정말 숨 쉬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인천 계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A(44·여)씨는 진료소 투입 전 레벨D 방호복과 덧신을 착용하고 손에는 방역 장갑을 두 겹으로 낀다. 방호복의 무게만 약 6㎏에 달한다. 얼굴에는 공기정화필터가 장착된 N95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안면을 가리기 위한 '페이스 쉴드'를 추가로 착용해야 한다.
계양구의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오른 10일, 선별진료소 의료진 10여 명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뿐 아니라 때 이른 폭염과도 싸우고 있었다. 진료소를 찾는 시민 대부분이 코로나19 의심자로 분류되는 까닭에 마스크를 벗는 건 절대 금지다.
A씨는 "이 날씨에 통풍, 땀 배출이 안 되는 방호복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5분만 입고 있어도 방호복 안에 입은 옷이 다 땀에 젖을 정도"라며 "최근에는 더위 때문에 1시간 근무 후 1시간 휴식을 취하지만, 장비를 착용하는 데만 해도 10분이 넘게 걸려 실제 쉬는 시간은 4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 지역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10개 군·구 보건소와 21개 의료기관 등 모두 31곳이다. 자치단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선별진료소에는 10여 명의 의료진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선별진료소는 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부분 선별진료소가 시민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야외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각 자치단체는 진료소에 천막이나 그늘막을 설치해 더위 피해를 예방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실정이다. 의료진이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오전에는 남인천여중 야외 선별진료소에서 여성 의료진 3명이 어지럼증, 전신쇠약, 손 떨림, 과호흡 등 탈진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기도 했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 1명은 아직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글로브월(Glove-wall)' 검체채취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글로브월 부스는 검사 대상자와 의료진 사이에 아크릴 벽을 설치해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지 않고 손만 뻗어 검체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10일 관내 25개 자치단체에 이 부스의 설치를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천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글로브월 방식은 방호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현재 워킹스루 방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많은 전문가가 가을 대유행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장기화를 대비해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검사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