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코로나 19 의료진이 폭염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날씨에 전신방호복을 입고 실외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의료진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 남인천여자중학교에서 보건소 직원 3명이 열탈진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이들은 확진자가 발생한 이 학교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채 '워크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어지럼증, 전신쇠약, 과호흡 등의 증상을 호소하던 이들은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중 1명은 아직 입원 중이다. 인천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선별진료소에서는 이처럼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뿐 아니라 폭염이라는 이중의 적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선별진료소에 투입되는 의료진은 무게만 6㎏에 달하는 레벨D 방호복과 덧신을 착용하고 손에는 방역 장갑을 낀다. 얼굴에는 공기정화필터가 장착된 N95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안면을 가리기 위한 '페이스 쉴드'를 추가로 착용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할 지경인데 이들은 대부분 야외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업무를 봐야 한다.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이다. 요즘처럼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땀 배출은 커녕 통풍도 안되는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방호복 안에 입은 옷이 다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라고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최고의 '극한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올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까지 나온 터라 이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선별진료소 등 방역 일선에 투입되는 의료진은 전쟁에서 최전선에 투입된 군인이나 다름없다. 군인에게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국민의 안전마저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코로나19 의료진은 방한복을 입고 아프리카에서 전쟁을 치르는 군인이나 다름없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보건당국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서는 검사대상자와 의료진 사이에 아크릴 벽을 설치해 손만 뻗어 검체 검사를 할 수 있는 '글로브월'(Glove-wall)방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담이 다소 커지더라도 방역의 효율성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의료진도 보호하는 방안을 서둘러 발굴, 시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