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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살해·유기… 목숨 건 탈출 안타까워
경찰동행보다 상담사 단독출동 많아
전담공무원제는 정원·예산에 '난항'
부모처벌에 관대한 法 가장 큰 문제

경남 창녕의 9살짜리 여자아이가 부모와 함께 사는 자신의 집 베란다를 나와 옥상의 지붕을 타고 집 밖으로 탈출했습니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아이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부모의 '학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보도로 알려진 해당 아동이 겪은 학대의 정황들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잔인한 고문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용기를 낸 아이가 스스로 집 밖으로 도망 나오면서 끔찍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동학대는 새로운 유형의 사건이 아닙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세상을 분노케 하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며칠 전 천안에서는 엄마에 의해 강제로 작은 여행용 가방에 갇힌 9살짜리 남자아이가 목숨을 잃었고,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다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평택 원영이 사건'도 있었습니다.

경인일보가 보도한 '긴급진단- 아동학대(6월 11일, 12일, 15일)' 기사를 보면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등 대책을 세우는 듯하지만, 사실상 학대 사건을 마주하는 현장의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경찰청이 집계한 올해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2천619건, 2018년 1만2천853건, 지난해 1만4천484건에 달합니다. 경기남부지역에선 올해 5개월여 동안 1천608건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도 현행 제도로는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는 각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사가 출동하는데, 112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함께 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사 단독으로 출동한 경우가 경찰과 함께 나간 건수보다 많아 사실상 학대 현장이 민간의 상담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경찰이 학대사건을 아동복지법으로 적용해 입건하지 않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넘겨버리는 관행을 문제삼았습니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학대 신고 시 현장 출동 및 조사의 권한은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의 시행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충분하지 않은 공무원 정원, 예산 등 현실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처벌법에서는 사건 발생 시 현장에 출동해 조사하는 '전담공무원'을 신설하라고 요구하지만, 공무원을 늘리는 일에 대해선 공무원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동학대를 저지른 부모에게 법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고통 속에 괴로워하는데, 어른들의 대응은 한없이 늦습니다. 아동학대는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여러분의 일입니다. 아동학대는 왜 근절되지 않을까요.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아동학대가 사라질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공포에 떨고 있을 친구를 위해 다 같이 방법을 토론합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