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마크_수원지법_경인일보db.jpg
법원, 메신저 대화방서 여학생들 외무 순위 매겨 징계받은 학생들에 "징계 무효". /경인일보DB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방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매기다가 들통 난 고등학생이 학교로부터 받은 징계는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고연금)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징계조치처분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3월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방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 여러 명을 대화의 소재로 삼거나 언급했다. 여학생들에 대해 순위를 매기거나 "성적 취향을 받아주면 결혼하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대화방에서는 성적인 표현이 적힌 사진도 공유됐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대화방에서 이름이 언급된 여학생이 학교 선배로부터 빌려 사용한 태블릿PC에서 A군의 페이스북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저장된 것을 발견하고, 해당 계정에 접속하면서 들통이 났다. 이 후 이 여학생은 학교에 신고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군 등의 메신저 대화는 사이버 성폭력 등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군은 학교로부터 출석정지 5일, 학급교체, 특별교육 이수 등 징계처분을 받았다.

A군은 재판에서 "메신저 대화 내용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학교폭력에 해당하더라도 학교의 징계는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 대화창에 참여한 인원이 3명에 불과해 한 학급의 남학생 구성원 전체가 소속돼 있는 단체 대화창에서 같은 내용의 대화가 이뤄지는 경우 등과는 발언의 영향력, 그 발언이 피해 학생에게 전달될 가능성 등에서 심각성 정도를 달리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건 통지서에 기재된 '사이버 성폭력'은 구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열거한 학교폭력의 행위 유형에는 포함되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에 비춰보면 피해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명예훼손·모욕, 성폭력에 해당하거나 그에 준하는 심각성을 띠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내려진 이 사건 징계조치는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