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미사용한 학교급식 경비를 학생들에게 '식료품 꾸러미'로 지원하는 사업이 본래 취지에 어긋난 방식으로 추진돼 경기도 학교급식 친환경 계약재배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 소속 농민들은 15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경기도가정꾸러미 사업 파행 책임 경기도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연합회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3~5월 계약농가들의 피해액은 71억5천여 만원이며, 학생들의 급식을 위해 생산했으나 학교로 가지 못한 채 버려진 친환경 농산물은 1천640여t에 이른다"면서 "위기에 처한 친환경 농가의 붕괴를 막고자 추진한 꾸러미 사업으로 숨통이 트이기만을 기대했지만 이달 초 시작된 꾸러미 배송에는 계약 농산물은 온데간데 없고 라면이나 부침가루 같은 대기업 가공품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기도교육청이 꾸러미 구성을 '학교별 자율선택'에 맡긴 점을 문제 삼았다.

도 교육청은 앞서 3~5월간 코로나19로 사용하지 않은 학교급식 경비 1천700억원을 유·초·중·고교 등 재학생 169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재학생 1인당 10만원을 지원하되 학교급식 운영체제와 학부모의 선택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꾸러미 5만원과 상품권 5만원으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실제 가정으로 배송되는 꾸러미에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 가공품 등이 포함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친환경 농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김상기 연합회장은 "여주 창고에는 고구마, 밭에서 썩고 있는 연근, 상품성 잃은 배 등 100개가 넘는 친환경 농산물 품목들이 버려지고 있다"며 "친환경 농민들의 지난 100일간 출하액이 '0원'인 상황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 경비의 사용 주체가 학교인 만큼 꾸러미 사업에도 같은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라며 "각 학교에 지침을 전달하면서 친환경 등 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포함해 달라고 권고하는 등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지영·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