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 편안·풍족한 삶 의미 中 '샤오캉'
시진핑 '목표 달성'·리커창 '멀었다' 갈등속
한국은 코로나 수범 세계 곳곳 '선진국'호평
中기준도 넘었는데… '자살률 1위국'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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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중국에서 '샤오캉(小康)'이란 단어가 주목되고 있다. 샤오캉이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로 동양의 고전 '예기(禮記)'에는 난세(亂世)와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다퉁(大同)의 중간단계 사회로 묘사되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87년 중국에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할 때 경제강국을 지향하는 청사진 '산바오조우(三步走)'의 제시가 단초를 제공했다. 제1보 '원바오(溫飽)'는 '인민들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초보적인 단계'이고, 제2보 '샤오캉'은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중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며, 최종 단계인 제3보는 태평성대인 '다퉁 사회의 실현'이었다. 덩샤오핑의 유언에 따라 중국정부는 지금까지 '산바오조우'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개혁·개방 3단계 발전전략 중 첫 단계인 '원바오'는 1980년대 말에 완료했으며 2002년에는 두 번째 단계인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習近平)은 9가지의 '중궈멍(中國夢)'을 거론하면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최종완성을 다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치우스(求是)의 지난 1일자 기사에서 "우리는 이미 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 건설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총리의 견해는 다르다. 리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만892위안으로 미화 기준 1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전체 인구 14억의 절반에 가까운 6억명은 한 달에 고작 1천위안(17만원) 정도만 벌어 집세를 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노점상의 전면허용을 주장하자 중국정부는 즉각 불법노점상 처벌로 응수했다. 최고통수권자의 샤오캉 사회 완성 선언과 동시에 권력서열 2인자가 고춧가루를 뿌린(?) 격이니 시 주석의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다. 신종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이 중국 지도부 갈등설의 진원지로 짐작된다.

요즘 대한민국만큼 세계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영국 BBC의 한국 코로나19 대응 방송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BBC TV화면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삶에 찌든 달동네 풍경 일색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수준이 점차 해외언론에 주목되던 5월 말에 방영된 BBC의 한국 초등학교 개학장면은 미국 부자동네의 등교장면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었다.

지난 5월12일 열린 코로나19 관련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는 온통 한국 얘기만 쏟아져 세계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청문회에서 한국만 30번이 거론되었는데 초점은 미국정부의 팬데믹(대유행) 대처가 개발도상국에서 갓 벗어난 한국보다 미흡한데 대한 불만으로 느껴졌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년 9월 G7정상회의에 한국을 초대하고 싶다는 언급은 설상가상이었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선진 7개국 정상회담(G7)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외에 캐나다, 이탈리아 등이 참가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다. EU에서도 한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거론 중이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는 한국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간취된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수많은 신생국들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유일한 국가여서 더욱 돋보인다. 중국의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샤오캉 단계를 넘어 이미 다퉁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이 1위 국가이다. 자살자수는 선진국 평균보다 2배나 더 높다. 가난이 귀신보다 무서워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 결과 이제 선진 국민 대접을 받게 생겼는데 자살대국이라니. 197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미국 모르몬교 선교사로 파견되었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사례를 '번영의 역설'로 규정했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