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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사회부 차장
또 한 명의 아이가 부모의 손에 비참하게 죽었다. 어른들은 다시 분노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금세 잊힐 것이다. 아동학대만큼 오래되고 전형적인 범죄가 없는데, 이처럼 쉽게 잊히는 것도 없고 범죄에 대응하는 사회의 속도 또한 이보다 느린 것이 없다.

2016년 3월의 봄은 기자의 기억 속에 삶의 아름다움과 비정함이 공존했다. 낮잠 든 아이가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습관처럼 포털의 뉴스를 훑다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할 단어들이 한 문장에 쓰인 것을 발견했다. '7살 남자아이', '살해', '암매장' 등…. 휴대전화 창을 껐다. 기사는 눌러볼 생각조차 못했다. 단 한 줄도 읽을 자신이 없었다. 품 안에 잠든 아이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그 후로도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죽는, 비정한 뉴스가 시시때때로 흘러나왔다. 심장이 쿵쾅거려 일부러 기사를 보지 않았다. 엄마이고 기자이면서도 외면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를 왜 구할 수 없었는지, 이 비극이 왜 멈추지 않는지, 아동학대를 둘러싼 사회 시스템을 더 파헤치고 따져봤어야 했다.

부끄럽게도 9살짜리 남자아이가 작은 여행가방 속에서 목숨을 잃고 나서야 시스템을 들여다봤다. 어른들은 지나치게 안일했다. 여러 차례 구조신호가 있었지만 눈을 감았다. 어른들은 너무 늦었다. 정부는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에 따라 '전담공무원 신설'을 내세워 아동학대 해결에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예산도 인력도 없는 정책이 성공할 리는 만무하다. 아이가 당한 고통이 매스컴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 와중에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미 정해진 법을 지키는 일조차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 과연 이 정부가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그러는 사이, 9살짜리 여자아이는 목숨을 걸고 스스로 집을 탈출했다. 어쩌면 아이들이 용기를 내 스스로 그 문을 박차고 나와주길 기도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