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종 살던 집 '인천시 유형문화재'
반민족행위자인 이해승 후손 재산
정부,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
"공공영역 돌려받을 방법 논의를"


친일파 후손이 소유한 인천시 문화재인 강화도 용흥궁을 국가로 환수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친일행위자 이해승(1890~?)과 임선준(1860∼1919) 후손이 소유한 경기도 의정부 등지의 토지 15필지에 대해 이해승 후손 등을 상대로 의정부지법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법무부가 국가로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친일파 후손의 토지는 약 2만1천612㎡로, 공시지가 기준 22억4천만원 상당이다. 특히 정부는 2007년부터 이해승 후손의 친일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소송 대상 토지는 광복회가 발굴한 것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재산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관광지인 강화도 용흥궁의 토지와 건물을 이해승 후손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0호인 용흥궁은 철종(재위 1849~1863)이 강화도 시절 살았던 집이다. 인천시 예산을 들여 강화군 등이 관리하고 있다.

이해승은 철종의 부친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이다. 그는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행적이 뚜렷해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됐다. 강화 용흥궁이 이해승 후손 소유인지는 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부나 친일재산을 발굴하는 광복회 쪽도 잘 몰랐다고 한다.

광복회 관계자는 "용흥궁이 친일행위로 취득한 재산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문화재이면서 친일파 후손 소유라는 독특한 부분이 있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용흥궁은 2006년, 2009년, 2016년 등 3차례에 걸쳐 법원의 가처분·가압류 결정과 해제를 반복했다. 정부의 친일재산 환수 관련 소송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부와 이해승 후손 간 소송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패소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에 이해승 후손을 상대로 재차 소송을 제기하면서 "마지막 1필지의 친일재산까지 환수해 3·1운동의 헌법이념과 역사적 정의를 구현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강화 용흥궁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흥궁이 왕실 종친인 이해승이 상속받은 재산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대상인지, 시민의 세금으로 관리하는 문화재이기 때문에 공공영역으로 돌려받을 방법이 있는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광복회가 환수를 요청한 토지 80필지 가운데 친일행위 대가성 인정증거 부족, 소멸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소송 제기를 유보한 토지가 있다"며 "추가적인 증거확보와 법리 검토를 통해 소송 제기가 가능한 토지로 확인되면 계속 소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