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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느낌'으로 투자하는 걸로 유명하다. 2000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만나 그에게서 강렬한 카리스마 리더십을 '느껴 '6분 만에 2천만 달러 투자 결정을 내린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 회장은 이 투자로 2014년 알리바바가 상장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로켓 배송시스템'을 도입해 물류혁명을 주도한 쿠팡의 24시간 배달시스템에 반해 1조원을 투자한 것도 손 회장 아니면 엄두를 못 낼 일이다.

손 회장은 24세이던 1986년 당시 일개 벤처회사에 불과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성장성을 알아차리고 소프트웨어 일본독점 판매권을 따내 큰돈을 벌었다.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판매 기업 소프트뱅크를 세웠다. 손 회장은 기업인수합병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 창업 6개월밖에 안 된 야후의 지분을 인수해 야후 재팬을 세웠고 언론재벌 머독과 합작해 J스카이B와 재팬텔레콤 등 IT 통신업체에 손을 대 크게 성공했다.

이때부터 손 회장에게 '투자의 신'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보통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회사의 미래 전망과 관련 시장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다르다. 미래를 선도할 기술 기업이란 '느낌'이 오면 일단 과감하게 지르고 본다. 이 때문에 저평가된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50수 앞을 내다보는 투자'라는 손 회장의 이같은 투자법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다. 평생 그가 그토록 신봉한 '공유공제'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 투자한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주가가 공모가(45달러)보다 30%가량 하락하고, 85억 달러를 투자한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의 적자로 소프트뱅크 그룹은 1분기 적자만 1조4천381억엔(약 16조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손 회장의 투자 능력이 전 같지 않다며 세계 언론들이 그의 판단력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자금압박에 몰린 손 회장이 지난 4월 현금확보를 위해 알리바바 주식 1조2천500억엔을 매각한 데 이어 최근 22조원어치 T모바일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한다. "나는 워런 버핏과는 다른 모험투자가"라며 알리바바와 쿠팡, 야후 쇼핑을 통합해 아마존에 맞서려 했던 손정의의 야심에 찬 꿈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