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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였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남성 A씨(왼쪽)와 시신 유기에 가담한 20대 여성 B씨가 지난 2월 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2월 25일 오전 10시께 인천 경인아라뱃길 인근 갈대밭에서 가마니에 담긴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여성을 살해한 뒤 가마니에 넣어 버린 범인은 전 남자친구 A(28)씨였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피해자인 B(29·여)씨와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성격 차이 등을 이유로 헤어졌다가 다시 사귀길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또 다른 전 애인인 C(25·여)씨와의 삼각관계로 갈등을 빚었다.

올해 1월 초쯤 B씨는 A씨와 C씨가 다시 연인관계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네가 과거에 나를 폭행한 것들을 모두 고소하겠다"며 경찰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계속 말리다가 같은 달 12일 B씨로부터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는 얘길 들었다. 자신이 고소 당할 것 같아 두려워진 A씨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강서구에 있는 B씨의 자택을 찾았다.

B씨는 한참 말다툼을 하다가 "절대 합의해 주지 않을 것이고, 네가 하는 불법 출장마사지도 다 신고하겠다"고 A씨에게 말했다. 격분한 A씨는 B씨를 마구 폭행했다. A씨는 심하게 손상된 B씨의 얼굴을 보고는 더 이상 용서받지 못할 것 같았다. 엄벌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생각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전 여자친구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행 직후 A씨는 C씨에게 전화를 걸어 "B를 살해했다"고 털어 놓았다. C씨는 A씨에게 자수하라고 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사체를 물에 빠뜨려 유기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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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A씨와 C씨는 같은 날 오후 9시 55분께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여행용 가방을 사고, 가게 앞에 있는 가마니를 들고 왔다. 다음날 오전 9시께 B씨의 집으로 돌아와 시신을 가마니에 담아 여행용 가방에 넣었다. 

이들은 사체가 물에 뜨는 것을 막기 위해 아령 3개를 추가로 사서 승용차를 타고 인천 강화도로 이동했다. 하지만 강화도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1월 14일께 경인아라뱃길 인근에 있는 갈대밭에 시신을 버렸다.

이처럼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A씨는 태연하게 행동했다. B씨의 휴대전화로 마치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가족, 친구들과 연락했다. B씨의 월세를 대신 내면서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A씨를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피고인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C씨와 함께 야외인 갈대밭에 시신을 40여일간 방치했다"며 "A씨는 범행을 반성한다고 하지만 범행 후 정황을 보면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는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또 재판부는 시신 유기에 가담해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