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심 포화 집값잡기 어려워
투기 규제로 두더지잡기 게임 반복
코로나영향 재택근무 일상화 가능
확대 정책 부동산 안정 발상 전환을

수도권 강남과 도심지역의 집값이 높은 이유는 이 지역에 대기업과 좋은 직장이 몰려 있고, 의료와 문화시설이 많아 여러 가지 생활의 편익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에 주택 공급은 이미 포화되어 있어 주택의 상대적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다른 지역이 오르면 이 지역은 더 오르게 되어 있다). 이미 직장 인근의 집을 원하는 실수요보다 집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수요자 이외의 투기를 규제하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 강남과 도심지역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수도권의 출퇴근 거리와 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 직장인들의 전국 평균 출퇴근 시간은 79.3분으로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은 서울 96.4분, 인천 92.0분, 경기 91.7분으로 1시간30분이 넘는다. 출퇴근 거리는 서울 13.3㎞, 인천 15.7㎞, 경기 16.7㎞에 달한다. 경기도와 인천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가는 통근자가 하루 133만명에 달하고, 전체 통행량의 24.2%를 차지한다. 즉, 4명 중에 1명은 서울로 장거리 출퇴근을 한다.
출퇴근 시간의 가치는 얼마일까?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이 1시간 통근으로 상실하는 행복의 경제적 가치는 한 달에 94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수도권 출퇴근 1시간30분의 경제적 가치는 월 150만원, 1년이면 2천만원에 달한다. 장거리 출퇴근은 건강과 가정생활도 해친다. 장거리 출퇴근자는 비만과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출퇴근이 10분 늘 때마다 사회적 관계가 10% 감소하고, 이혼율도 높아진다. 결국 직장과 집이 가까우면 만족도 증가, 스트레스 감소, 신체 및 정신건강, 가정생활에도 좋다. 이런 것이 도심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좋은 직장이 몰려있는 도심에 집을 더 이상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희소성이 주택 가격 차이를 더 키운다. 이런 상태에서 수도권 인근의 주택 공급 확대는 출퇴근 거리와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이 되지 못한다. 수도권 도심의 대기업을 수도권 인근으로 이전시키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지만,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서 이전할 동기가 없다. 좋은 인재들이 이미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출퇴근을 없애는 방법은 어떨까?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기업들, 특히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들과 화이트칼라 직종은 재택근무를 실시하였다. 이미 많은 업무가 온라인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커다란 어려움 없이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출퇴근을 안하고 집에서 일하는 장점을 경험했다. 출퇴근 없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아직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들이 원하면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회사 빌딩 면적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침까지 고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서울 도심 본사로 출근하는 대신 서울 전역과 인근 도시의 분산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하여, 전 직원의 출근시간을 20분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의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으면 도심의 주택 수요도 감소하고 도심 상권도 침체되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어 있다. 반대로 경기와 인천 거주 지역은 상권이 살아나고 자족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 출퇴근 없는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정책이 부동산도 안정화 시키고 지역 균형 발전에도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