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차이 극명해지면서 경쟁심화
중간관리자의 역할 애매해졌지만
조직의 갈등 해결·소통 위해 필요
새 리더십으로 존재이유 보여줘야
기업이나 조직의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윗선으로 올라가는 정보가 관리자를 거치면서 왜곡되는 것은 의사소통의 매개역할을 하는 중간관리자가 현장에서 올라온 좋지 않은 정보를 최고경영층까지 그대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간관리자의 이러한 행태들로 인해 조직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았고 따라서 기업경영이나 조직운영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은 일본으로부터 탈출하여 도피상태이지만 한때는 기업회생의 마술사로 불렸던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은 도산 직전의 닛산자동차를 1년이라는 최단기간에 흑자기업으로 되살려 놓았는데, 그 비법 중 하나가 부임 직후 현상파악을 위하여 중간관리자를 배제하고 800여 명의 직원을 직접 인터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닛산 쇠락의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조직 내부의 단절된 커뮤니케이션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재건의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24시간 초연결 시대가 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천89개의 회사 중 40.5%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며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경영은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특히 중간관리자의 소멸 위기에 주목해야만 한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애매해지며 불용론까지 거론되는 지금 그들의 역할이 온라인 네트워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시스템에 의한 성과주의로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이 증대되고, 직원의 평가가 공정해진다. 따라서 개인별 성과 차이가 극명해진다. 조직중심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개인 위주의 경쟁문화가 된다. 협동심이 경쟁심으로 바뀌고 작은 비리들이 없어지는 대신 시스템 조작에 의한 대규모의 부정으로 기업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성과주의에 매몰되면서 정성적 부분인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며 익숙하던 조직문화가 냉정해진다. 협업도 어려워지고 비인간화되는 변화를 지켜본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강한 부정과 분노, 그런 다음 체념하고 적응하며 우울해 지지만 기필코 선제적으로 이 감정을 관리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축구에서도 공을 쫓기 보다는 사람을 막아야 실점을 면할 수 있듯이 기업에서는 문제 해결도 하면서 갈등을 잘 풀어가는 중간관리자가 필요하다. 위기의 관리자에게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갤럽이 지난 25년간 수행한 '기업에서 중간관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결과와 인시아드(Insead)경영대학원의 꾸이 응우옌(Quy Nguyen)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in praise of Middle Manager'에서 중간관리자에 대한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강조하였다. 첫째, 사업가(Entrepreneur)로서 현장에 가까이 있으므로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또 전체를 볼 수 있을 만큼 일선업무에서 떨어져 있으므로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둘째, 의사소통자(Communicator)로서 추진 중인 변화를 조직 내부에 확산시킬 수 있도록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최고경영자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셋째, 치료사(Therapist)로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정서적 안정에 신경쓰고 직원들 간에 서로를 위로하는 이타적 행동을 격려함으로써 사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 넷째, 줄타기곡예사(Tightrope artist)로서 조직의 변화를 좋은 성과로 이끌기 위해 직원들의 사기와 변화의 지속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여 조직의 혼란과 무기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중간관리자 역할의 긍정적 중요성을 인식하여 새롭게 태어나 새 시대가 요구하는 중간관리자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여야 한다. 여전히 중간관리자는 기업의 핵심인재이기 때문이다.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