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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보물 제93호). 동그라미속 파인 흔적들은 한국전쟁 때 생긴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남양주 봉선사·고양 벽제관지 등
전투로인해 훼손된 수많은 문화재
국가기관 피해규모 별도 집계안해
'점검·관리 시스템' 구축 지적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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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의 아픔은 경기 지역 문화 유산에도 남아있다. 경기도에서 한국 전쟁의 중요 전투들이 진행됐던 만큼 도내 주요 문화재들도 전쟁의 상흔을 피해갈 수 없었다.

남양주 진접읍에 소재한 봉선사는 969년 창건된 이후 1469년 정희왕후 윤씨가 세조를 추모하기 위해 중창돼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봉선사는 한국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 1951년 당시 폭격으로 대웅전, 어실각, 의향각 등 19동 181칸이 사라졌다.

봉선사에서 보관하고 있던 조선 왕실에서 제작한 세계 지도 '곤여만국전도'도 이때 소실됐다. 봉선사는 정전 협정 이후 복원 작업이 시작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곤여만국전도도 지난 2012년 복원해 봉선사로 돌아왔지만 민족 상잔의 역사도 품게 됐다.

조선시대 역관 터로 중국을 오가던 고관들이 머물던 고양시 덕양구의 벽제관지는 한국 전쟁 때 소실됐다.

한양에 들어가기 하루 전에 이곳 벽제관에서 반드시 숙박하고 다음날 예의를 갖추어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던 만큼 벽제관은 중요한 공공기관이었다. 한국전쟁때 삼문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탔고 문도 무너져 터전만 남은 상태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파주의 용미리 마애이불입상(보물 제93호)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암벽에 2구의 불상을 새겨 고려시대 불상 양식을 연구하는 귀중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지만 얼굴과 몸에 파인 흔적들도 보이는데 한국전쟁 때 생긴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적지 않은 문화 유산들이 전쟁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떤 문화재들이 한국전쟁 당시 훼손됐는지에 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유실되거나 훼손된 문화재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보수, 복원 작업이 매년 진행되고는 있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문화재의 총수나 복원 현황 등은 문화재청 등 국가기관에서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진성민(이천 세무고 교사) 6·25 70주년 국민서포터스 단장은 "한국 전쟁 당시 수원 화성의 장안문이 파괴된 장면과 현재 복원된 모습을 비교하며 전쟁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다"며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문화유산들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