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난항 국회 공전 이유는 윤석열 제거
와중에 김종인 '대선후보 백종원' 발언 시끌
경제 알고 유머까지 겸비… 안될 이유가 ?
민주당이 체면도 내팽개친 채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이유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거기엔 윤석열 검찰 총장과 공수처가 있었다. 윤 총장 쳐내려는 민주당의 집착은 의원들의 언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5선 의원인 당 최고위원부터 초선의원까지 합창하듯 윤 총장에게 조롱과 비난을 쏟아부었다. 그럴수록 '윤석열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걸 뒤늦게 깨달은 이해찬 당 대표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눈치 빠른 국민들이 이를 알아차렸고,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서면서 '윤석열 제거작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윤 총장이 집중포화를 받던 지난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느닷없이 "(대선후보로) 백종원 씨 같은 분은 어때요?"라고 말을 꺼내 정치판을 뒤집어 놓았다. 통합당 초선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차기 대선을 논하며 백종원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백종원을 꼭 짚어 대통령 후보라고 한 발언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커서 일반인이거나 또는 백종원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백종원으로 낙점된 양,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은 '유명인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발상'이라며 대체로 비판 일색이었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정치를 희화화한다"며 뜬금없이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백종원과 관련된 기사보다 거기에 달린 댓글이었다. 비판적인 댓글도 있었지만, 우호적인 댓글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골목식당'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장사가 안되는 집에 찾아가 레시피부터 경영 기법까지 일일이 알려주고, 제대로 장사를 하는지 꼼꼼하게 사후관리 해주는 백종원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에게 대통령의 자질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헌신적이고 진실하게 소통하는 마인드로 나라를 이끈다면 국민 고생은 시키지 않을 것이란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 문제로 정치판이 시끄러워지자 김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주자가 되려면 자기 비전을 제시하고 뛰어 나와야 한다. 프랑스의 마크롱처럼. 그런데 아직 그런 게 잘 안 보인다. 백종원을 얘기한 것은 그런 유형의 대선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의 시선을 자기 몸에 받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한발 뒤로 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해명에도 백종원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모이면 백종원 얘기였다.
이를 보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떠올랐다. 정치에 꿈이 있던 레이건은 무명의 단역 배우에 불과했다. 미남도, 특출나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할리우드에는 레이건보다 잘난 배우가 쌔고 쌨다. 굳이 내세운다면 뛰어난 유머감각 정도였다. 그가 정계에 뛰어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비웃거나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됐고, 두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로 인해 '보수의 가치'가 화려하게 꽃을 피웠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레이거노믹스'는 무너진 미국 경제를 살려냈다. 소련과의 군비경쟁에서 승리하면서 냉전 시대를 종식한 것도 레이건이었다.
인기로 따진다면 레이건은 지금의 백종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런데 왜 백종원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안 되는 걸까. 경제를 알고, 유머도 있고, 인상도 후덕하고, 고향도 충청도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에게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남발하고,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닳고 닳은 정치인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백종원이 안되는 이유는 뭔가. 백종원이 어때서. 백종원은 절대 될 수 없다고 하는 이들에게 꼭 한번 물어보고 싶다. 그러면 "윤석열 씨 같은 분 어떠세요?"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