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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는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저어 먹이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새는 물속에서 쉼 없이 부리를 젓다가 물고기가 닿으면 순식간에 부리로 낚아채는 방식으로 먹이 활동을 한다. 부리에 있는 민감한 신경들이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저어새가 살기 위해서는 이처럼 부리를 맘껏 저을 수 있는 갯벌이나 습지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갯벌 매립 등 개발과 맞물려 서식지는 점차 줄고 있다. 덩달아 저어새도 전 세계적으로 4천8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에게 인천은 고향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전 세계 번식 개체의 약 90%인 1천400여 쌍이 번식하고 있는데 이 중 1천200여 쌍이 인천에서 새끼를 낳는다. 저어새 10마리 중 8~9마리는 '인천 출신'인 셈으로, 인천에는 강화를 비롯해 곳곳에 저어새의 서식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남동공단 내 유수지는 아주 독특한 서식지다. 언제부턴가 갈 곳 없는 저어새들이 이 유수지의 인공섬에 날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다. 공장지대를 끼고 있어 수질이 나쁜데도 둥지를 틀었다. 주거환경은 열악하지만, 인근에 갯벌이 있어 그나마 식생활(?)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곳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너구리가 인공섬으로 헤엄을 치고 건너와 알을 깨 먹기 시작한 것이다. 너구리 또한 소중한 생명이지만 저어새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을 터다. 2017년만 하더라도 유수지 인공섬에선 233마리의 저어새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너구리의 침입이 잦던 지난해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남은 저어새는 15마리에 불과했다. 급기야 유수지엔 너구리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전기 철책이 설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갖가지 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추진된 프로젝트가 1일 결실을 보았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3월 유수지를 비롯해 수몰지역인 강화 각시암 등에서 저어새 알 수십개를 구조, 인공부화를 시켰는데 부화에 성공한 새끼 중 몇마리를 이날 야생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들 저어새는 방사에 앞서 비행 및 먹이 사냥, 대인 기피 등 자연적응 훈련을 받았다. 발에 위치추적기까지 부착됐다고 하니 최첨단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저어새가 '생존'과 '번식'으로 인간의 정성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