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작한 '찾아가는 병무청'
생계 곤란한 병역의무자 부담 덜어
개개인 맞춘 고품질 서비스 제공
취약계층이 소외감 느끼지 않도록
끊임없이 발굴해 발전시켜 나갈것


조복연 병무청 차장
조복연 병무청 차장
성경에 나오는 '선한 포도밭 주인'은 아침 일찍부터 일한 일꾼과 일을 구하지 못하다 해질 무렵부터 일한 일꾼에게 똑같은 품삯인 한 데나리온을 줬다. 온종일 일한 일꾼의 항의에 포도밭 주인은 '당신과의 계약은 한 데나리온'이었다고 상기시켰다.

만약 포도밭 주인이 늦게 나온 일꾼에게 일한 시간만큼 품삯을 줬다면 늦게 나온 일꾼은 집에 음식을 사 가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한 데나리온은 한 가족이 하루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화폐가치였다.

포도밭 주인이 일한 시간만큼 품삯을 주지 않는 불공평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 꼬집을 수 있겠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해 늦게 온 일꾼에게 선(善)을 베풀었다는 게 맞는 해석일 것이다.

우리 병무청은 '선한 포도밭 주인'의 심정으로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민원서비스를 제공한다. 2008년부터 시작한 '찾아가는 병무청' 서비스가 핵심이다.

생계 곤란 병역의무자들이 병역감면 신청 서류를 준비하려면 병무청을 방문해 개인별 상황에 맞는 정확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생업 전선에 선 병역의무자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루의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바로 찾아가는 병무청 서비스다.

찾아가는 병무청 서비스는 생계가 곤란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복무요원, 입원으로 거동이 어려운 사람 등 민원접근성이 취약한 사람들에게도 제공한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573명에 대해 '찾아가는 병무청'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경우 병무청 누리집과 병무청 대표전화(1588-9090)로 신청하면 된다.

더불어 신체 조건이 취약한 의무자를 대상으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인 '슈퍼굳건이 만들기 프로젝트'도 활기를 띠고 있다. 슈퍼굳건이는 시력이나 체중 등의 사유로 사회복무요원이나 면제처분을 받은 병역의무자가 현역병으로 입영을 원할 경우 치료비 등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다. 병역의무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자긍심을 높이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각 지방병무청과 지역 내 안과병원, 피트니스센터 등이 협약을 맺고 신청자에게 200만원 상당 치료비와 피트니스 비용을 지원한다. 2016년 프로그램 시행 이후 139명이 치료비 지원을 받아 이 중 115명이 현역병으로 입영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72개의 병원 및 피트니스센터 등과 협약을 맺었다. 프로그램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의무자들은 각 지방병무청 민원실로 문의하면 된다.

우리 병무청은 AI(인공지능) 기반의 민원상담 챗봇 '아라'를 개발해 올해 5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운영 초기라 전문상담사 수준의 서비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라'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단순 상담을 챗봇 '아라'가 처리하고 심층 상담은 전문 상담사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도록 돕고 있다.

병무청은 이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감성서비스가 이뤄져 병역의무자 개개인에 맞춘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과거 우리는 제도와 기술에 맞춰 살았다. 앞으로는 제도와 기술이 개개인에게 맞춰 작동하는 시대가 도래하리라 믿는다. 단 한 사람의 병역의무자도 병무민원서비스에서 소외돼 병역이행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국민생활에 가치가 더해지길 바란다.

오늘도 '포도밭 주인'의 마음으로 병무민원 서비스의 나아갈 길을 고민한다. 병무청은 병무행정 서비스에서 사회 취약계층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모든 병역의무자를 포용할 수 있는 민원서비스를 끊임없이 발굴해 발전시켜 나가겠다.

/조복연 병무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