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90%가 인천 갯벌·섬 서식 멸종위기종
대만활동가 호소 2000년대초 본격 보호활동
그 결과 내륙 유일 남동유수지 인공섬 둥지
인간노력이 생태계 살려… 팬데믹격랑 교훈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지난 6월27일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에 있는 큰 섬에서 풀베기 행사를 했다. 3월 대만, 홍콩, 베트남 등에서 겨울을 나고 돌아올 저어새를 위해 풀을 베고 둥지 재료를 넣어준 활동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예년처럼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들이 탄생해 분주하게 활동했다면 하지 않아도 될 행사였다.

하지만 200마리에 가까운 저어새가 몰리고 185마리의 새끼가 태어나 활동하는 옆의 작은 섬은 풀 한 포기 찾기 어렵다. 큰 섬에 저어새가 한 마리도 깃들지 않은 이유는 작년에 있었던 너구리 습격사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2019년 큰 섬과 작은 섬을 합쳐서 200개가 넘는 둥지를 틀었지만, 너구리가 침입해 겨우 40마리 정도만 이소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섬에 너구리가 들어와 저어새가 품고 있던 알을 놓아두고 큰 섬으로 피신했다. 그런데 알에서 깨어나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가 있는 큰 섬에도 너구리가 재차 침입했다. 이때 날지 못하는 저어새 새끼들이 너구리의 밥이 됐다. 품고 있던 알을 두고 도망간 기억과 품고 있던 새끼를 잡아먹힌 부모의 심정은 천지 차이였을 것이다. 이때 버려진 알들을 국립생태원 종복원센터가 가져가 부화를 시키고, 잘 길러 7월 1일 강화도 갯벌에서 방사행사를 했다.

저어새는 1990년대 말 전 세계에 5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정말 귀한 철새였다. 겨울 동안 대만의 새 전문가와 동호인들의 보호활동을 통해 겨우겨우 개체 수를 유지할 뿐이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새끼를 낳고 기르는 한국에서의 보호활동 없이는 멸종을 면할 수 없다는 이들 대만 활동가들의 호소로 2000년대 초부터 한국에서도 저어새 보호활동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조사 결과, 한국에서 여름을 나는 저어새의 90% 가까이가 인천에 서식한다. 주로 강화군 서도면의 신도, 연평도의 구지도, 장봉도의 동만도 등 무인도에서 새끼를 낳고, 인근 갯벌과 섬에서 활동한다.

공장과 아파트가 밀집한 도시 한가운데인 남동유수지는 저어새가 새끼를 낳고 기르는 무인도가 아닌 내륙에서 유일한 지역이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유수지를 조성할 당시 공사 중 파낸 흙을 쌓아 만든 인공 섬이 바로 그곳이다.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된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가 2009년 남동유수지 인공 섬에 자리를 잡고 둥지를 튼 사건은 어디에도 없던 일대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저어새에 대한 인천 시민의 관심은 더욱 고조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무인도에 있는 저어새에 대한 보호활동도 강화됐다. 아마도 이 세계적 사건은 저어새가 인간에게 보낸 마지막 구조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인천시민들은 현명해서 이 구조신호를 파악하고 보호활동에 나섰다. 사람들의 보호활동에 힘입어 저어새는 그 숫자를 늘려나갔다. 2019년 1월 실시한 일제조사에서는 4천460마리 개체 수가 확인됐고, 올 1월 실시한 일제조사에서는 4천880마리의 개체수가 확인됐다.

지금 지구에서는 인간의 사회·경제활동으로 인해 유발된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제6의 멸종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 모두 인천시민과 전문가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남동유수지를 자주 찾다 보면 갈 때마다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종류의 새가 멸종하면 보이지 않는 100여 종의 생명체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한 종류의 새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현장이 바로 남동유수지다. 남동유수지는 인천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생태자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물이라는 코로나19, 그 시대에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저어새와 남동유수지의 변화가, 여기에 힘을 쏟는 인천시민의 활동이 보여주고 있다.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