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명무실하지만, 과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자들이 꽤 많았다. 2002년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강남 위장전입이 문제가 된 인사청문회 첫 낙마자였다. 당시 의원들의 추궁에 장 후보자는 "재산문제는 모두 시어머니가 맡아 했기 때문에 나는 몰랐다"고 해 혼쭐이 났다. 2008년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서초동 오피스텔 투기가 불거지자 "유방암 검사에서 정상이 나오자 남편이 기념으로 사준 것"이라고 답했다가 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후보자는 어렵사리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부동산 과다보유와 투기 의혹이 계속되자 자진사퇴해 헌정사상 최초로 정부 출범 전 국무위원 내정자가 사퇴하는 기록을 남겼다.
고위관료 정치인들의 '강남사랑'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서울시의 고교 배정 기준이 출신 학교에서 거주지 학교로 바뀌면서다. 이때부터 명문고가 많이 모인 강남·서초·강동·송파구 등 이른바 '8학군'에 주소를 옮기거나 아예 학교 주변에 집을 사는 이들이 속출했다. 얼마나 극성이던지 주소지만 옮긴 학생이 35%를 차지하는 학교도 있었다. 직업군을 살펴보면 기업의 고위임원과 고위공직자, 정치인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맹모삼천'을 핑계로 도덕성을 상실한 채 강남으로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대출 규제도 강화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규제만 내세우고 알맹이가 없자 2018년부터 갑자기 '똘똘한 한 채' 보유 심리가 퍼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의 다주택자들에게 "집 한 채만 남겨두고 모두 팔라"고 한 것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 갖기에 불을 지펴 강남 집값을 더 끌어 올렸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서초구 반포동과 청주시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던 노 비서실장이 반포아파트를 팔겠다고 했다가 50분 만에 청주 아파트를 팔겠다고 해서 모양새가 영 우스워졌다. '강남사랑'을 자인하며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고수한 그의 고뇌 어린 결단에 고향 청주 시민은 물론, 국민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율배반적인 노 실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강남 아파트 한 채를 고수하기 위해 3선 의원까지 만들어 준 지역구민을 외면한 한 정치인의 뜨거운 '강남사랑'에 그저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