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가 자산 50% '불평등 심각'
토지에 부과 시장왜곡 부작용없고
실효세율 높이면 재분배효과 우수
기존 재산세와 이중과세 문제우려
부동산 세제 근본적 개편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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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토지보유세에 그치지 않고 세수를 기본소득으로 나눠 주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의 실효세율이 0.27%에 불과한데 이를 0.5%, 서구 선진국의 절반 수준까지만 올려도 연간 15조원 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를 기본소득으로 온 국민에게 균등하게 나눠주면 국민의 94~95%는 내는 세금보다 받는 돈이 더 크게 되니까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주장의 현실성과 장단점을 따져보자. 우선 연간 15조원의 세수는 기본소득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본소득은 기본적인 소득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다른 제도는 이름이 어떻든 원칙적으로 기본소득제가 아니다. 기본소득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준인 월 40만원으로 책정하면 연간 240조원이 필요하다. 국토보유세 세수가 제대로 된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기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의 연계는 조세저항을 극복하기에 유리한 방안이기는 하다.

국토보유세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투자와 소비 행태에 변화를 초래해서 시장에서 자원배분을 왜곡하게 된다. 즉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토지보유세는 예외다. 세금을 부과하면 공급이 감소하는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토지는 매립 등 특별한 예외를 논외로 하면 공급에 변화가 없다. 토지보유세를 피해 땅을 파는 사람이 있어도 그 땅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는 않고 주인이 바뀔 뿐이다.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토지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므로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모두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토지 공급이 고정적이므로 토지 보유세가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경제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인지 국토보유세 필요성을 역설하는 전문가 중 헨리 조지를 숭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토지의 불로소득을 전액 세금으로 환수하면 사실상 토지의 가격이 없어지는 셈이다. 토지도 생산요소이고 지대 또는 지가는 토지의 효율적인 용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지대가 사라진다면 토지의 배분과 활용을 결정하는 가격체계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토지보유세는 높은 수준이어야 하지만 지대 전체를 흡수하는 수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재분배 효과가 큰 것도 토지 보유세의 장점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에 따르면 임금소득보다 토지를 포함한 자본소득의 증식률이 높아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한다. 참여연대는 한국은 자산 보유액 상위 5%가 전체 자산의 50%를, 그리고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25%가량을 소유하고 있어 자산 불평등 정도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토지는 소유의 편중이 심한 자산이므로 토지보유세를 비례세로 하더라도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물론 여기에는 실효세율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국토보유세는 재산세보다 우월한 점이 있다. 부동산은 토지와 건축물로 구성되는데 토지는 공급이 고정적이지만 건축물은 인간의 노력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재산세 또는 부동산 보유세는 신축, 개보수, 재개발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다. 토지와 건축물을 분리하여 토지만 중과세하면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에만 부과되므로 효율적인 세금이다. 하지만 이 장점은 제도의 도입에 현실적인 걸림돌이 된다. 주택 공시가격을 토지분과 건축물분으로 나누어야 하는데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고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다.

현행 토지의 용도별 차등과세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를 차감하므로 이중과세 논란을 피할 수 있지만 국토보유세는 기존 재산세와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국토보유세는 장점이 많은 세금이다. 그러나 도입하려면 부동산 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과 병행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는 건축물분에만 부과하며 대신 국토보유세 실효세율은 0.5%가 아니라 과감하게 1% 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