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하_사진(파리)
산문집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을 낸 이원하 시인. /달 출판사 제공

전작 '제주에서 혼자…' 창작배경 산문
솔직함 그대로… 다음 작품도 '짝사랑'


이하원
"시 쓰는 과정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일상의 기록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과천에 거주하며 최근 산문집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을 펴낸 이원하 시인은 시집이 아닌 산문집을 낸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작가 나름대로는 시를 쉽게 쓴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작품이 어렵다는 사람이 많아서 시의 탄생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산문 40편은 그의 첫 작품인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의 '프리퀄(prequel)' 개념이다. 전작 시와 같은 제목의 산문을 통해 시 창작의 모티브가 된 사건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작가는 3년간의 제주도 생활에서 한 남성과 감정적 줄다리기를 하며 겪은 우여곡절을 작품에 담았다.

상대의 머리카락을 먹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을 믿고 옷소매 안쪽에 숨겨뒀던 그의 머리카락을 망설임 없이 삼키거나, 목적지도 모른 채 무작정 그가 운전하는 차에 탄 뒤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등을 몰래 훔쳐보는 등의 일화는 조금은 충동적이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작가의 일면을 짐작하게 한다.

작가는 "수년간 외딴 섬에서 혼자 살다 보니 사랑에 과몰입하게 됐다"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주인공인지 모를 수도 있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해당 남성과의 관계에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없지만, 다음 작품에서도 뮤즈로 삼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짝사랑하는 사람의 외로움과 감정적 흔들림을 작품으로 진솔하게 드러내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출국해 작품활동을 이어간다는 이씨는 "헝가리에서 어떻게 생활할지 가끔은 막막하기도 하지만 삶에 집중하면 시는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인으로서 독자에게 오랫동안 읽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