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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통 남자 옷에는 단추가 오른쪽에, 여자 옷에는 왼쪽에 달려 있다. 남자 여자 불문하고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왜 단추의 위치는 다른 것일까. 사실 단추의 위치가 다른 이유를 알 수 있는 명확한 기록은 없다. 대신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씨는 '옷장 속 인문학'이란 책을 통해 몇 가지 설을 제시한다. 우선 여성들의 모유 수유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아기를 안은 모습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기를 안을 때 왼팔로 아기의 머리를 받치고 오른팔로는 아기를 감싸 안는다. 이런 자세에서는 왼쪽에 단추를 다는 것이 아기에게 젖을 주는 데 유리(?)하다. 이처럼 모성애가 느껴지는 첫 번째 설과 달리 두 번째 설은 다분히 남성적이다. 중세 기사들의 결투에서 기원을 찾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주로 칼을 왼쪽에 차고 다녔는데, 칼을 뽑기 위해서는 칼을 덮은 웃옷 단추부터 풀어야 했다. 오른손으로 칼을 뽑고 왼손으로는 단추를 재빨리 풀기 위해 단추를 오른쪽에 달았다는 설이다.

두 가지 설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유력한 설은 따로 있다. 중세시대에는 남자를 자립적인 존재로 보고 스스로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해 단추를 오른쪽에 달았다. 반면 여자는 하녀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었기 때문에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로 보고 단추를 왼쪽에 달았다는 것이다.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위치 선정'이라 할 수 있다.

경찰청이 여경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포순이'를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의 포순이가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캐릭터 변경 이유인데 '지지'보다는 '비난'여론이 압도적이다. 인터넷에 "화장실 남녀 구분 표지판도 바꿔라" 등 조롱성 댓글이 잇따르더니 여경의 자질을 둘러싼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스코틀랜드의 킬트(Kilt)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의 사롱(sarong)처럼 남자들이 치마 형태의 옷을 입는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치마를 바지로 바꾸는 것이 경찰청의 의도대로 성차별적 편견을 없애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궁금하다. 차라리 경찰청이 "남성우월주의의 잔재인 단추의 위치를 여경 유니폼에서부터 바꾸겠다"고 선언했다면 어땠을까.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