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인천국제공항 보안구역에 몰래 들어가 면세점 직원 2명을 흉기로 찌르는 등 난동을 부린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에 머물다 입국한 이 여성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도시가 봉쇄될 것 같다"는 공포감에 시달리다 정신병으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표극창)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A(35·여)씨의 죄명을 특수상해로 바꿔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서 지내던 A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도시가 봉쇄돼 갇힐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상 상황에서 탈출할 때 사용할 용도로 흉기를 챙긴 뒤 올해 3월 18일 미국 시카고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5시 32분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보안구역으로 들어갔다. 그는 앞서 출입증을 찍고 지나가는 직원의 뒤에 바짝 붙어서 함께 들어가는 방법으로 허가 없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보안구역에 진입했다.

그때 A씨는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A씨는 다시 일반구역으로 나가고자 했으나, 출입증이 없자 출입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강제로 빼앗은 후 보안구역을 빠져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일반구역으로 나가는 계단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잠시 뒤 A씨는 출입증을 목에 걸고 계단 출입구를 향해 다가오는 면세점 직원 B(27·여)씨를 발견했다. 그는 미국에서 챙겨온 흉기로 B씨의 목덜미를 수차례 찌르고, 주변에서 이 상황을 목격한 C(26·여)씨까지 공격했다. B씨와 C씨는 각각 목 부위 등에 상처를 입었으나, 다행히도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정신장애로 인해 심신상실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상세불명의 비기질성 정신병으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 과정을 어느 정도 상세히 기억하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보인다"고 판단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범행도구가 소형 휴대용 드라이버였기 때문에 치명상을 입히기는 어려웠다면서 살인미수 혐의를 특수상해로 바꿨다. 재판부는 "보통 체격의 여성인 피고인이 범행도구를 갖고 피해자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 우연히 마주친 사이일 뿐이어서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고,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출입증을 빼앗으려 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이 사람을 살해해 은폐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은 아니므로 살해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들을 드라이버로 찌르는 등 공격해 상해를 입힌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피고인이 코로나19에 대한 비이성적 공포, 미국에서 한국까지 장거리 비행 등으로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