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아 회수 어려움 '동맥경화'
식품용기 사용제한 규정해결 '시급'
업계 "재생원료 사용 의무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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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위기는 재활용 페트의 가격이 낮아져 회수·판매가 되지 않는 '동맥경화' 때문에 발생했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재활용 페트 가격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해결이 어려운 만큼 생산·소비를 개선하는 실효성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14일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페트 재활용의 선진 사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페트병 생산 단계부터 떼기 쉬운 라벨을 붙여 제품을 만든다. 게다가 라벨을 떼도 접착제가 남지 않아 고급 재활용 페트를 생산하기 적합하다.

1985년부터 페트 재활용업을 하고 있는 일본의 쿄에이사(社)는 경인일보 질의에 "재생 페트는 원유에서 생산하는 버진 페트보다 60%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 공장이나 가정에서 나오는 페트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페트병은 '도시 유전'(도시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쿄에이는 회수된 페트병으로 만든 페트 회수 봉투까지 재활용해 생산한다. 회수부터 완벽한 재활용이 실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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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12일 국내 한 플라스틱 재활용업체 작업장에 수거된 압축 플라스틱이 재활용 작업을 못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비단 일본의 사례만이 아니다. EU(유럽연합)는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재활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프랑스는 그보다 앞서 2025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국산 재활용 페트의 품질은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재활용 업체가 270개뿐이라 전체 페트 중 20%만 재활용될 정도로 재생 페트 산업이 낙후된 루마니아는 한국산 페트 플레이크를 수입하고 있다.

이에 일본처럼 페트병 생산 공정을 개선해 국가적인 지원으로 재활용 페트 사용을 높이는 게 해법으로 거론된다. 구체적으로 재생 페트 식품 용기 사용 관련 규제를 해소하는 게 업계의 1순위 과제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에 따라 기구 및 용기 포장 제조·가공 시에 재활용 합성수지(플라스틱)를 사용하려면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나 PEN(폴리에틸렌나프탈레이트)을 가열 또는 화학반응 등에 의해 원료 물질 등으로 분해하고 정제한 후 이를 다시 중합한 것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처리 비용이 높아져 재활용 단가가 비싸지고 에너지 투입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비환경적 요소가 나타난다.

반면 EU의 식약처 역할을 하는 유럽식품안전처(EFSA)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페트 재생원료 생산 기계를 생산하면 비효율적인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음식물에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용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페트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재생원료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1만t을 공공비축하겠다고 나선 건 크게 환영할 일"이라면서 "하지만 임시 대책이기 때문에 재생원료 식품용기 사용을 늘리고 플라스틱 생산자·제조자·판매자에게도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둬야 한다"고 전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