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발표된 강력한 부동산정책
그러나 반복된 실패사례만 떠올라
행정구역 재편외엔 다른방법 없어
지방·수도권 없앤 메가시티 조성 등
공급부족·공유해법 특권 다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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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다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다. 종부세와 양도세의 중과가 그것이다. 코로나19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부동산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그 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집을 갖는다는 희망조차 이룰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서울의 집값을 보면서 출퇴근의 어려움을 감내하거나 요령 있게 갭 투자를 못한 현실을 탓하기도 한다. 공직자나 교수들이라도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울 부동산의 불패 앞에서 무력화되었다. 서울에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방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부의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다.

묻고 있다. 노동은 무엇인가. 공정한 미래사회는 기대할 수 있는가. 왜 정부의 정책은 항상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는가. 반복되는 정책실패는 역설적이게도 법치주의와 행정의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행정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조직법적 근거와 처분의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도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의 구조는 대립적이다. 공익과 사익의 조정도 언제나 충돌한다. 그 시간과 틈새를 이른바 꾼들은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인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득이다. 공직자와 같은 공익의 잣대도 필요 없다. 없는 자를 배려해야할 도덕적 의무도 찾기 어렵다.

재개발, 재건축, 대형공사, 펀드, 주식, 비트코인 등 돈이 있는 곳을 헤집고 다닌다. 공직자들은 법의 잣대로 판단하지만 꾼들은 돈이 되는 방식에만 몰두 한다. 나름의 경험법칙과 판단력도 갖고 있다. 부동산과 펀드 등에 전문가에 비견할 만한 지식으로 무장한다. 구글이나 빅 데이터를 통해 매일 세상을 꿰뚫어 본다. 공직자가 세종청사에서 대책을 만들어, 여의도 국회를 거쳐, TV 앞에 설 때면 그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이후다. 그래서 일까. 성공적인 정책으로 남은 기억이 별로 없다. 과거의 모든 정부가 반복한 저출산 대책이나 지방분권의 실패사례가 자꾸 떠오른다.

정부의 반복되는 정책 실패를 보면서 꾼과 공직자들의 차이를 다시 생각한다. 꾼들은 왜 정부보다 앞설까. 정부가 쳐놓은 그물을 피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정부나 공직자가 문제의 본질과 현상을 소홀히 하는데서 시작된다. 서울은 모든 것을 갖고 있다. 누구든지 서울에 살고 싶어 한다.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이다. 그러나 주택의 공급은 부족하다. 당연히 주택을 중심으로 불로소득이 창출된다. 불로소득은 서울집중을 더 가속화한다.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땜질식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모두가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기득권 시각으로 서울을 보면 답이 없다. 대한민국의 시각으로 서울을 봐야 한다. 서울의 부동산 대책은 서울이 없어야만 가능하다. 이미 서울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과 논쟁들이 제안되었다. 행정구역에 대한 과감한 재편이 없는 한 어떤 정책도 실패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다. 서울과 경기 그리고 인천을 하나의 메가시티로 재편하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벽도 허물어야 한다. 지방과 수도권이라는 낡은 2분법도 없애야 한다. 수도권만이 아니라 부울경도 호남권도 재편해야 한다.

교통, 철도, 공항, 상하수도, 폐기물, 문화, 교육, 복지 등에 대한 공유와 연계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공급부족과 공유의 문제는 서울의 재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경험을 통해 재구조화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이 재택근무하면서 주변의 집값들이 하향한다는 미국의 뉴스도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사회에 기존의 삶과 국가구조에 대한 전면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구역의 혁신적 개편과 산업구조의 재구조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학교나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영끌'로 아파트 투기에 나선다는 국가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서울의 특권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혁명적 발상과 그 실천이 필요한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