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jpg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조성진 대표의 여행사. 여행사 간판 아래 횟집 간판이 달려 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매출 전무… 고육지책으로 '투잡'
사무실 개조해 생선회 판매하고
유동인구 많은 곳은 '카페' 변신
건설현장 나가거나 양말 판매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로는 매출이 전혀 없습니다. 뭐라도 해야 임차료라도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행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그동안 여행사 대부분 단체 여행이나 해외여행 등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가격리가 의무화하면서 해외여행은 사실상 금지됐고, 단체여행 수요도 사라졌다.

여행사들은 "매출이 감소한 게 아니다. 전혀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 자금 등으로 임차료를 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길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여행사들이 버티기 위해 고육책으로 '투잡'을 뛰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여행사 사무실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업종에 도전하고 있다. 평소 관심 있던 횟집을 열기도 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여행사 사무실은 카페로 변신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조성진 대표는 지난달부터 생선회를 판매하고 있다. 책상을 빼고 회를 뜨기 위한 주방기구 등을 들여놓았다. 간판만 보면 이곳이 여행사인지 횟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조성진 대표는 "매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뭐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포장 전문 횟집을 하게 됐다. 지금은 지인들이 팔아주는 정도"라며 "이것만으론 임차료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 식당에서 회를 뜨는 '알바'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라며 "다른 여행사들도 상황이 똑같다. 모두 '고사 직전'이다. 연쇄적으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222.jpg
경인전철 주안역 인근에 있는 유성여행사. 차양막에 '유성여행카페'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경인전철 주안역 인근에서 40년간 여행사를 했다는 우성여행사 나근옥 대표는 지난달 사무 공간을 대폭 줄이고 카페를 열었다. 그는 "여행사를 하면서 이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카페를 운영했던 아내의 경력을 살려 카페를 차렸다. 대표실로 쓰는 사무 공간만 남겨두고 카페로 꾸몄다.

그는 "카페로 인한 매출이 조금 있지만, 임차료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있어 3명의 직원은 그나마 임금을 받고 있지만, 지원기간은 8월까지다.

나근옥 대표는 "그때(8월 이후)가 돼도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지원이 끊기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거나, 양말 등을 사무실에서 판매하는 여행사도 있다. 여행사들이 코로나19 시기를 견디며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힘든 점"이라며 "다들 힘든 시기를 버티기 위해 임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다시 여행업이 성행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