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회 소규모 모임을 금지한 가운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가 여름방학 초등학교·유치원 돌봄 장소를 교회에서 운영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 남동구의 A초등학교는 방학 중 석면 제거와 냉·난방 설비 등 공사를 하게 되면서 여름방학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병설 유치원 방과 후 과정 교실 공간을 물색하다 인근 교회에서 하기로 했다.

A학교 돌봄교실은 다음 달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운영되며 정원 25명을, 병설유치원 방과 후 과정은 다음 달 17일부터 9월 29일까지 진행되며 정원 15명을 모집했다. 학생들은 이 기간에 교회 유치부와 아동부가 사용하던 공간을 이용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와 유치원 방과후 강사들, 학부모들은 정부의 방역 방침과 배치돼 학생들 안전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정규 예배를 제외한 기도회, 성경 모임, 수련회 등 대면 모임과 활동 등을 금지했다. 인천에선 개척교회 집단 감염이 잇따랐고, 경기도 안양 주영광교회, 서울 왕성교회 등 전국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강화된 대응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업무 담당자들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교회에서 사용하는 공간인 데다 교인들과 학생들이 같은 출입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방역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부인 접근을 원활히 관리할 수 있는 학교와 달리, 교회에선 방역 수칙을 지킬 방안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해당 업무 담당자는 "학교에서 교회로 출퇴근해야 하는 업무 담당자들과는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해 난감하다"며 "교육청에 문의해도 학교 권한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단 입장인데 아이들 안전이 직결된 문제를 당국에서 손 놓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A학교와 관련해 "요즘도 '○○교회 방문자 보건소 방문'이라는 코로나19 검사 권유 문자가 오는데 교회에서 교육해야 하는 선생님이나 교육받는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공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교육 장소로 교회를 정하다니 엄마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안인데 교육청에선 이를 허가한 건지 의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A학교 관계자는 "대체 운영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나,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며 "방학 중 돌봄 등을 중단하려고 했으나 돌봄 교실은 최대한 차질 없이 운영돼야 한다는 교육당국 방침에 따라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여러 우려가 있는 만큼, 오는 20일까지 학교로부터 방역 계획서를 전달받은 뒤 교육청 차원에서 인력은 물론, 예산을 지원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