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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손' 스틸컷. /최윤호 감독 제공

■제목 : 손

■감독 : 최윤호

■출연 : 이재원, 박상욱, 정서하

■개봉일 : 미정

■호러 /15세 관람가 /52분

일상에서 황당무계한 공포가 찾아올 때 마냥 무서워만 할 순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에 무뎌지고 동료애를 느끼며 대범하게 말장난까지 한다.

지난 13일·15일 제 24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전 석 매진을 기록한 영화 '손'은 평범한 남자의 화장실 변기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정체 불명의 손이 솟아올랐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공포 영화다. 개봉일은 미정이다.

주인공 '봉수' 역을 맡은 이재원 배우는 "변기에서 손이 나온다는 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흥미로워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젊은 부부와 경비요원, 119 구급대원 등이 밀실에 갇히며 겪는 공포를 여러 장치를 활용해 재기발랄하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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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손' 스틸컷. /최윤호 감독 제공

문제의 '손'이 자유 자재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해치거나 물건을 던질 수 있다는 설정은 액션적 요소를 더하고, 부부가 밀실을 탈출하려면 화장실을 가로질러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거쳐야 한다는 설정은 화장실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공포의 무대로 바꾼다.

특히 영화는 중반 이후로 '봉수'와 '119 구급대원'의 케미컬에 중점을 맞추며 관객들이 '피식'할 수 있는 소소한 유머를 삽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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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손' 스틸컷. /최윤호 감독 제공

주인공 봉수를 구해야 할 119 구급대원이 "나는 팀장이니 일을 시키는 역할"이라며 봉수가 직접 '손'을 물리치라고 지시하는 대목이나, 봉수가 밀실을 탈출하기 위해선 문에 박힌 휴대폰 배터리를 폭발시켜야 한다며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하는 압력과 온도를 줄줄이 읊는 대목이다.

이는 봉수와 119대원 역을 맡은 배우가 각각 '겁많은 꼰대'와 '엉뚱한 공대생'이라는 캐릭터를 잡은 데서 비롯한다.

119 구급대원 역을 맡은 박상욱 배우는 "당연히 놀라야 할 상황인데도 극도로 차분하고 엉뚱한 '봉수'의 캐릭터와 합을 맞추는 과정해서 근엄한 척 하지만 겁이 많은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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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손' 스틸컷. /최윤호 감독 제공

연출을 맡은 최윤호 감독은 "밀실이라는 공간이 답답함을 줄 것을 우려해 두 배우가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해석해 애드립을 하도록 하는 등 연기가 돋보일 요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공포의 대상에게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에 집중해 캐릭터를 납작하게 하는 기존의 공포영화 문법에서 벗어나 인물이 자신의 행위로 공포를 주체적으로 제압하는 새로운 공포영화 문법을 제시한것.

이재우 배우는 "우리 영화는 실소하면서 볼 수 있는 B급 코믹 호러 영화"라며 "설정의 현실성, 개연성에 집중하기보다 생각을 비우고 관람하면 극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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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손' 스틸컷. /최윤호 감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