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야구 선수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선수의 인기로 평가한 적이 있었다. 하긴 야구를 잘하니 인기도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잣대로 선수를 평가하면 눈총을 받는다. 연봉 높고 인기 좋은 선수가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프로야구는 OPS(출루율+장타율),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 wOBA(가중출루율) 등 각종 지표가 선수의 능력을 따지는 기준이 된다.
가령 WAR,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를 보자. 이는 평균적인 선수 대신 어느 특정 선수가 뛰었을 때 몇 승을 더 거뒀느냐를 통계학을 기반으로 한 수학공식으로 산출하는 지표다. 타자의 경우 공격, 주루, 수비 등이 반영된다. 전 같으면 호타준족, 잘 치고 잘 달리면 됐지만, 지금은 수비의 능력도 중요하다. 그래서 어깨가 튼튼해야 한다. 뜬 공을 잡아 홈에 던져 아웃카운트(보살)를 하는지 여부가 이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 kt wiz 팬들은 중견수 배정대를 보는 낙으로 산다. 이강철 감독도 그의 활약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잘 잡고, 잘 던져서다. 이 감독 스스로 "올해 kt의 히트상품은 배정대"라고 공언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15일 현재 타율은 3할 2푼 9리로 7위, 76안타로 6위, 도루 8개로 공동 9위, 보살 6개로 당당히 1위다. WAR도 3.03으로 전체 선수 중 5위다. 더 중요한 건 배정대의 연봉이 겨우 4천800만원이라는 점이다. 올해 10개 구단 평균 연봉 1억4천448만원, kt wiz의 평균 연봉 1억40만원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친다. 올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 롯데 이대호 25억원에 비하면 60분의 1 수준이다. "가성비 짱 "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배정대는 타석에 서 있을 때보다 중견수 수비를 위해 필드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시속 300㎞의 속도로 날아와 먹이를 낚아채는 제비처럼 '딱' 소리에 비호처럼 달려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내는 수비 실력은 예술의 경지다. 어깨는 또 어떤가. 보살 1위 실력자답게 홈으로 던지는 공은 빨랫줄처럼 날아와 캐처의 미트에 꽂힌다. 그래서 웬만한 선수들은 중견수 플라이나 중견수 앞 안타에도 홈으로 들어올 엄두를 못 낸다. 특별지명으로 그를 놓아 준 LG트윈스가 왜 kt 전을 불편해하는지 kt 팬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