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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종종 정치적인 항의의 표시로 사용되곤 한다. 2008년 12월에 이라크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부시 대통령에게 이집트 알바그다디야 TV 알 자이디 기자는 욕을 섞어가며 신고 있던 신발 한 짝을 부시에게 던졌다. 곧이어 "이건 과부들과 고아, 이라크에서 죽은 사람이 주는 것"이라며 나머지 한 짝도 던졌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첫 번째 신발은 부시가 머리를 숙이는 바람에 빗나갔고 두 번째 신발은 옆에 있던 이라크 총리가 막으면서 소란은 진정됐다.

2012년 2월 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접경 에레즈 지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재개를 독려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방문하려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 차량에도 흥분한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신발을 던졌다. 반 총장이 그동안 이스라엘에 편향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긴급하게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반 총장에게 머리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다.

중동인들은 신발을 더럽고 부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신발 투척을 용서받지 못할 무례이자 명예훼손 행위로 여긴다. 신발을 던지는 건 상대방을 밑바닥만도 못한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분노한 군중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며 항의와 분노를 표출한 것도,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이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를 걸면서 구두 밑창을 보였다가 큰 곤욕을 치른 것도 그래서다.

지난 16일 정 모씨가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가짜 평화를 외치고 경제를 망가뜨리면서 반성도 없고 국민들을 치욕스럽게 만들어 (대통령도) 모멸감을 느끼라고 던졌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500여 명이 신발을 하늘에 던지는 신발 투척 퍼포먼스를 가졌다. 정 씨의 구두 투척에 영장까지 청구하는 경찰과 문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다. 우리도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는 등 신발을 깨끗이 여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각종 정치 집회에 신발이 자주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