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5일만에 180만 관객 흥행돌풍
코로나19 대유행 맞물려 가히 리얼
현대 두개의 역설 인문학적인 문제
산 시체 '좀비' 죽은듯 사는 '무젤만'
원한 이념 여전 누가 과연 좀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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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흥행돌풍이라고 한다. 개봉 닷새만에 벌써 18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2016년 유일한 천만 돌파 영화 '부산행'에 이어 이번 좀비 영화도 심상찮은 조짐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도대체 이 영화가 어떻기에 이런 바람이 불었을까?

이 영화는 한반도에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퍼져 난리가 나면서 시작된다. 뭔지 모르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좀비가 되는 것이다. 그럼 좀비란 무엇이냐? 하면 간단히 말해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의 민속 신앙, 부두교 신앙에서 유래한 이 살아있는 시체는 '반도'나 '부산행'에 따르면 영국에 건너간 저 루마니아 괴물 드라큘라처럼 사람 목을 물어뜯기도 하고, 그러면 물린 자도 괴물이 되어 버린다.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나머지 한반도는 좀비 세상이 되어 버렸다. 좀비가 사람들을 물어뜯어 모두들 몹쓸 병에 걸려 정상인들이 다 사라질 정도로 좀비 세상이 되어버린 한반도를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좀비들로 폐허가 된 마지막 피난선을 타고 홍콩으로 건너간 지 4년만에 고립된 한반도로 되돌아가게 된 강동원 분 '정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개체수'가 엄청난 좀비들뿐이다.

그런데, 미래공포영화라 할까 액션 스릴러라 할까 모를 이 '반도'는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한 미래형은 아닌 것 같다. '북한'에서는 한반도 '남한'이 좀비 세상이 되어 버리자 아예 문을 닫아걸어 버리는데, 사실 진짜 좀비들이 더 만연, 창궐하는 곳은 저쪽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 이 영화의 한 가지 난센스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쪽에 지금 좀비가 창궐하는 것은 사실은 사실이니 크게 나무랄 수는 없다. 아무튼 좀비들, 이 살아있는 시체들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게 한반도를 뒤덮어 서울이며 인천이며 피할 곳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는 모티프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세계적 현상이나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맞물려 가히 리얼하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좀비 영화의 세계적 흥행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현대에 접어들어 두 개의 역설이 인문학적인 문제가 되는데, 하나는 좀비, 즉 '살아있는 시체'이며 다른 하나는 '무젤만' 즉 '죽은 것 같은 산 사람'이다. 이 둘을 모두에 간단한 상징적 해석을 가하면 좀비란 이미 죽은 존재, 가치들이 아직도 산 것처럼 힘을 미치는 것이고, 무젤만은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이 말하듯 현대의 잔인한 생명정치에 의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산 자들, 나아가 산 가치를 말한다. 세계를 극단적인 증오와 대결, 단죄로 몰고 가는 원한의 이념은 이미 파산을 선고받았으되 아직도 무진장 힘을 발휘하고 있고, 진짜 생명적 가치는 죽음의 차원으로까지 내몰려 비난과 기피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만드는 힘들이 작동한다. 이 좀비의 반도에서 말이다.

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서 오이디푸스가 떠난 테베의 왕위를 차지한 안티고네의 삼촌 크레온 왕은 안티고네의 오빠 폴리네이케스를 장사 지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의 시신을 들판에 버려 명부로 들어가지 못한 채 새와 짐승의 밥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왕의 명령은 지엄하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권력은 오로지 이승의 것일 뿐 죽은 자의 세계에까지 미칠 수는 없노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왕의 명을 어기고 오빠를 땅에 묻고 죽음을 당한다. 새와 짐승의 밥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물어뜯음, 죽은 뒤에까지 물어 뜯김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마찬가지로,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자 사육신이 일어나 질서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거열형이라는 처참한 형벌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때 새남터에 버려진 사육신의 시신을 거두어 몰래 묻어준 이가 생육신의 하나로 알려진 매월당 김시습이었다.

죽은 자를 땅에 묻으라. '반도'는 묻히지 않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원한을 보여준다. 그러나 누가 과연 좀비인가? 누가 물어뜯기고 물어뜯는가? 나는 아직 이 이상한 세상을, 나라를 알지 못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