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강의시스템 신속 마련됐지만
신입생 방 얻고 등교 못하는 처지
교수는 녹화·업로드에 많은 시간
등록금 반환요구가 합당한가 의문
시험 부정행위 방지·학점 주기 '고민'


2020072001000895800043441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달라진다고 한다. 대학은 어떻게 될까. 필자는 봄 학기에 신입생부터 4학년 대상의 상담, 이론, 실습과목을 담당했다. 처음에는 개강이 2주일 연기되면 여름방학을 그만큼 축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강이 계속 지연되면서 수업 일수에 문제가 생겼다. 4월이 되자, 이론과 실습 모두 원격 수업이 불가피해졌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 경험이 없어 난감했으나, 곧바로 과목 특성과 자신들의 강의 스타일에 따라 적합한 강의방식을 개발했다. 화상회의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거나 강의 영상을 사전 제작했다. 실습 과목은 과제와 피드백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 당국도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원격 강의 운영시스템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온라인 수업 매뉴얼을 배포했다. 교수들에게 강의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버를 증설하여 이용의 편의를 증진했다.

문제는 교육 효과다.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모든 사립대학은 등록금 반환 이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당국은 교수들에게 상담을 독려했다. 전화상담이 불가피했다. 전화를 받지 않기도 하고, 문자를 남겨도 연락이 없는 학생도 있다. 수업시간에 맞춰 전화해 '지금 어딘가?'라고 물으면,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경우도 있다. '수업시간인데?'라고 물으면, 영상녹화 수업은 편한 시간에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도 온라인 강의의 장점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통학시간이 절약되었다. 어려운 내용은 반복해서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학우들과 교수를 만날 수 없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신입생들의 처지는 딱했다. 대학생이 되었으나, 학교에 갈 수 없다. 원룸을 얻고도 등교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씩씩했다. 앞으로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고, 등교하면 교수를 꼭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들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수의 수업부담은 늘었다. 등하교 시간은 줄었지만, 강의 준비와 녹화, 인터넷 업로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채점, 특히 과제물에 대한 평가도 힘들었다. 매주 또는 격주로 코멘트를 전달하니 학생의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다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수업에 투여되는 시간은 훨씬 더 증가했다. 등록금 반환 요구가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학점도 고민스러웠다. 출석과 과제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학생의 이해도와 진정성은 알기 어렵다. 시험부정 행위도 방지하기 쉽지 않다. 절대평가로 전환됐지만 모두에게 좋은 학점을 주는 것은 부담이 된다. 동시에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박한 학점도 마음에 걸린다. 결국 평소에 비해 A학점을 받은 학생 수는 두 배로 증가했다. 학점이 인플레이션되고 변별력이 줄어들어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방학이 되었다. 지금은 성적 제출을 마감하고 강의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교수도 학생의 평가를 받는다. 처음 도입한 온라인 강의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점수를 줄지 궁금하다.

온라인 강의의 장점이 많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재택수업의 실효성은 의문이 생긴다. 어린이집은 물론 초·중·고 모두 등교를 하고 있다. 학원도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오직 대학만이 예외였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가고 학원에, 카페에, 술집에 간다. 오히려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등교하는 것이 전염병 예방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학의 미래도 고민스럽다. 예를 들어 미디어 전공이 있는 모든 대학에서는 미디어 개론 과목을 개설한다. 최소 100명이 넘는 교수가 강의할 것이다. 나도 그중 하나지만, 강의를 잘한다고 자신할 수 없다. 더 훌륭한 강사가 많다. 학생 입장에서는 최고의 강의를 수강하면 되는 것 아닌가. 온라인에서는 수강생 수의 제한도 없다. 이른바 '일타 강사' 수강이 가능하다. 그러면 나머지 교수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학의 앞날과 교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것이 코로나 이후 시대의 대학교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