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출근 상급자 사택 청소 동원
육아휴직금지 "잘리고 싶나" 폭언
피해사례 인천시교육청 전달키로

유치원에서 원생들의 생활지도와 돌봄을 맡는 비정규직 근로자인 '방과 후 과정 강사'가 사적인 업무지시나 폭언에 시달리거나 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등 열악한 근무조건에 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는 최근 유치원 방과 후 과정 강사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사례를 모으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인천시교육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방과 후 과정 강사 A씨는 최근 교감으로부터 "내가 다니는 성당 행사에 필요한 준비물을 만들어 놓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다른 강사 B씨에게는 "휴일에 출근해 상급자 사택을 청소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B씨는 유치원 바닥 난방·싱크대 교체공사가 끝나자 자신만 휴일에 출근해 공사 후 더러워진 교실을 청소했다고 한다. B씨는 "교내에서 회식할 때도 음식 준비 등 모든 일은 내 몫이었다"며 "결국 업무 중 질환으로 병가를 내자 권고사직을 받았다"고 했다.

강사 C씨는 유치원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도록 강요받은 것부터 시작해 수시로 상급자나 정규직 교사로부터 "잘리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5월 기준, 인천지역 공립·사립 유치원은 394곳이다. 유치원에 소속된 교사는 2천543명이고, 방과 후 과정 강사는 1천17명이다. 방과후 과정 강사는 '기관장의 업무 분장'에 따른 업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업무환경에 따라 근로조건이 천차만별인 실정이다.

길선영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학교나 주변 교사가 얼마나 각자의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업무환경의 편차가 크다"며 "이 같은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