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집행예산 2300억 넘어
방만 운영·부정 사용… 경찰 수사
공사측 뒤늦게 사후정산 의무 지침
외부 비난 의식 형식적 조치 우려
환경부 산하 공기업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설립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연간 100억원이 넘는 주민지원기금을 다루는 주민지원협의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는 2000년 7월 22일 설립됐다.
지난 20년 동안 횡령 등 주민협의체 관계자들의 반복되는 비위 행위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환경피해지역이라는 이유로 협의체가 불법과 비위를 저질러도 이를 외면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SL공사가 집행한 주민지원기금은 2천300억원이 넘는다.
2011년에는 과거 협의체 위원장과 당시 사무국장 등 3명이 사기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해외견학 비용을 부풀리거나 실제 견학을 하고 남은 비용 중 일부를 선물 구입 등에 사용하는 등 약 8천만원을 가로챈 것이다.
한 마을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지원기금을 개인 채무 변제에 쓰는 등 약 1억7천여만원을 가로챘다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에는 한 마을발전위원회 위원장이 건설사 대표와 공모해 공사 대금을 부풀리고 허위 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약 1억5천만원을 받았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SL공사에도 이들의 범행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2011년 당시 재판부는 "협의체가 청구한 비용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전액을 지급했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위와 같은 관례가 고착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범행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주민지원기금의 혜택을 누려야 할 매립지 주변 주민들"이라고 판결했다.
최근에도 경찰이 협의체 관계자들의 지원기금 부정 사용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과거 재판부가 지적한 '고착화한 관례'가 올해도 반복되는 꼴이다.
올해는 SL공사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공사가 지급하는 협의체 운영비 집행에 대해서 감사를 하려 했지만 '협의체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SL공사는 올해 2월에야 협의체 운영비를 포함한 모든 주민지원기금에 대한 사후정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지침에 명문화했다. 지난 20년간 명확한 규정 없이 정산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에 마련한 사후정산 명문화 조항도 외부의 비난을 의식한 형식적 조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SL공사가 협의체 운영비 사용에 대한 계획을 받고 불투명하게 운영될 경우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며 "예산 사용에 있어 일탈의 여지가 있는 게 확인된 만큼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창립 20주년 맞은 SL공사 '반복되는 지원기금 비리' 왜?
환경피해지역 이유 감독소홀 '고인물된 주민협의체'
입력 2020-07-21 22:42
수정 2020-07-2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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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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