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던 배우가 숨지기 1년 전부터 추적
피해자 중심 '사회적 심각성' 차분히 조명

■ 악플러 수용소┃고호 지음. 델피노 펴냄. 372쪽. 1만4천900원.


악플러 수용소 전면표지
악플러를 수용소에 가둔다는 설정을 통해 악성 댓글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추리 소설이 나왔다. 소설은 2024년 악플로 인한 자살이 질병·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심각해지면서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온라인 범죄행위자 교정수용소'를 만든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10대부터 50대까지 악플러 11명은 100일간 수용소에 수감돼 주 1회 상호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만 조기 퇴소를 할 수 있다.

수감자의 일과는 악플을 필사하고 낭독하며, 악플을 쓰게 된 정신적 이유를 소장과 상담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이 악플을 다는 이유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표출하거나, 타인을 비하해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소장의 말이 독자의 폐부를 찌른다.

저자 고호는 악플러가 10대 학생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해 '평범한 악인'의 민낯을 드러내 보인다.

특히 소설은 초반부터 배우 고혜나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피해자가 사망하기 1년 전부터 악플로 인해 어떤 심적 고통을 겪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이를 통해 단순히 악플러를 처벌해야 한다는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이야기함으로써 악플의 사회적 심각성을 세련되게 조명한다.

또한 소설은 법무부 차관이 악플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이나 여야 정치인이 수용소의 정당성을 놓고 정쟁을 벌이는 모습에서 정치적 풍자의 효과까지 획득한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