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위탁가정 등서 자란 아동
수당 500만원 끝으로 자립 내몰려
관련교육 못받아 범죄표적 되기도
열심히 살려는 노력도 '폄하' 일쑤


만 18세, 우리 나이로 20살이 됐을 때 여러분은 부모님 곁을 떠나 모든 일을 혼자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월세 등 집값을 스스로 해결하고 대학 등록금도 생활비도 모두 여러분이 일해 번 돈으로 '알아서' 잘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래도 막막한 기분이 들 겁니다.

법적으로 만 18세 이전까지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았던 아동들이 만 18세가 되면 그 보호가 끝나고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아동을 아동복지법 용어로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정부의 보호를 받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부모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보호아동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이혼했거나 등의 이유로 아이를 키울 부모가 없어 보육원 등 시설에 보내지거나, 조부모와 친인척 등이 돌보는 위탁가정에서 자랍니다. 이런 경우 정부가 보육원, 위탁가정 등의 '신청'에 의해 보호아동을 위한 아동수당 등을 지원하며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보호가 종료되면, 아이들은 혹독한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립수당 형식으로 500만원의 지원금을 주긴 하지만 오히려 자립수당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사전에 자립교육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립수당을 신청하는 방법도, 월세를 계약하는 방법도, 금융권에서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도 아이들에겐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보호종료아동들 역시 보육원에서 혹은 위탁가정에서 학교를 다니며 평범하게 자라 온 학생들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자립교육을 위한 자립지원전담기관 등에 이들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 및 교육 등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개별 아동마다 처한 환경의 차이가 너무 달라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이들을 지켜 줄 주변의 어른이 없다는 점을 노려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인일보에서 보호종료아동을 다룬 기획기사 지면. /경인일보DB

  

또 다른 문제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경기도를 비롯해 국회 등에서도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에 필요한 제도를 재정비하고 필요한 부분은 법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는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아동이 직접 신청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의 시선'입니다. 보호종료아동들이 보호아동때부터 부정적인 시선과 말을 오롯이 견뎌왔습니다. 경인일보가 직접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의 인터뷰(7월 20·21·24일자 7면 보도)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나라 좋아졌다' '기생충' '은혜 갚아라' 등 가시돋친 말을 들으며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경인일보가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개척하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주위에도 이 같은 친구들이 있나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진 않았는지 생각해 봅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