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도로 미해당' 부주의 사고라도 운전자에 형사책임 못물어
2015~2017년 도로외 12.3%↑ 도로比 2.73배 많아 "최소한의 장치 시급"


인천 부평구 부개동에 사는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이 사고로 차량과 부딪친 곳에서 3m 넘는 지점까지 튕겨나가 정신을 잃었다.

이 사고로 두통, 어지러움을 동반한 뇌진탕과 다리 근육 파열, 목·허리 근육통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A씨는 입원 치료를 받았다.

승용차를 몰던 운전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였지만, A씨는 운전자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아파트 단지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비록 아파트 단지 내였지만, 인도가 이어진 곳을 따라 걷던 중 차량에 의해 당한 교통사고"라며 "단지 안에서라도 과속이나 운전자 부주의 등에 따른 교통사고 시 책임을 따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아파트 등 주택단지 내 도로는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해 차량이 시속 20㎞ 이하로 다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거나 제재할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인천에서 교통사고조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단지 내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알기 위해 조사를 하나 도로가 아니다 보니 과속, 보도 침범 등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며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처리로 끝나는데, 적어도 과실이 큰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는 도로가 아니라 교통사고 현황과 유형을 집계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도 별도 조사를 하지 않는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지난 2015~2017년간 아파트 단지 등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조사했는데, 2015년 24만4천435건, 2016년 25만6천166건, 2017년 27만4천597건으로 3년간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가 4.5% 증가한 것과 비교해 2.73배 늘어난 셈이다.

현승진 법률사무소 세웅 대표변호사는 "사고 책임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선 현재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 시설물을 지자체나 관계 당국에서 관리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명확히 과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