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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이 임기 반환점을 지나고 있다. 취임 2년 '박남춘 호'를 '관중'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공격수는 없고 수비수만 잔뜩 있는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수비수만 있다 보니 경기는 재미없고 피로감만 쌓인다. 응원하던 관중은 하나둘씩 경기장을 떠나고 골대를 지키는 선수들은 언제 골을 먹을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 사태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태풍 '링링'을 거쳐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와 최근 또다시 문제가 된 수돗물 유충 사태까지, 시민들과 인천시 공무원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을 쳤다. 축구를 보는 관중과 선수는 모두 지쳐 있다.

원톱에 서서 관중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시장은 물론 말단 9급 공무원까지 모두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고 수세적인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기본이 튼튼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대권을 바라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나 지금은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달리 한눈팔지 않고 시정에만 전념한다면 언젠가는 시민들이 그 뜻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 다시 터진 수돗물 유충 사태로 기본에만 전념하겠다던 박 시장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격수 없이 수비만 하고 있는 팀이 이제 그 수비 조직력마저 흔들리고 있는 꼴이다.

축구에서 골을 넣고 관중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에게 "저 사람 쇼하고 있네"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은 없다.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가 조화롭게 역할을 할 때 골도 넣을 수 있다. 공격수가 '나는 쇼하기 싫으니 수비만 하겠다'고 나서면 팀 전체의 조직력은 무너지게 된다. 골 한번 넣지 못하는 팀을 누가 응원할 것인가.

임기 반환점을 지나는 박남춘 시장이 하프 라인을 넘어 시정 전면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화려한 개인기'로 지쳐 있는 관중과 선수들에게 근사한 골을 선사하기 바란다. 이제 박남춘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