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동안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사 박효진
박효진 안양동안경찰서·교통안전계 경사
몇년 전 한 지구대에 근무할 당시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에게 "무단횡단하셨습니다. 범칙금 3만원입니다"라고 안내했다. 이내 "무단횡단도 범칙금을 내는 것이냐? 뭐 이런 걸로…."란 답이 돌아왔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고 심지어 경찰관이 맞은편에 있었음에도 태연하게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도 심심찮게 보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총 3천349명이 숨졌다. 보행 중 사망자가 1천302명(38.9%)으로 가장 많았고 이중 35%인 456명이 무단횡단으로 사망했다.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무단횡단이 범법행위인지 모르는 것일까. "조금 더 빨리가기 위해서, 차가 알아서 피하겠지, 그동안 무단횡단해도 괜찮았으니까"란 안일한 생각의 습관이 누적돼 범법행위란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 대법원이 최근 의미심장한 판결을 내렸다. 야간에 검은색 옷을 입고 무단횡단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법원도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묻던 과거와 달리 무단횡단자의 과실을 크게 보고 있다.

경찰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안전속도 5030', '서다-보다-걷다',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 운동을 진행 중이다. 특히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는 교통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행자와 이륜차를 위해 '두 발, 두 바퀴가 안전한 경기'를 추진 중이다. 무단횡단 사망사고를 줄이는데 경찰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시민 개개인이 교통법규를 준수한다면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무단횡단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불행에 빠지게 하는 불법행위다.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박효진 안양동안경찰서·교통안전계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