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에서 전해진 뉴스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각국 방역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 경제 중심지 뭄바이의 3개 빈민촌인 다히사르, 쳄브루, 마퉁가 주민 6천936명을 대상으로 혈청조사를 해봤더니, 무려 57%의 주민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악명 높던 뭄바이 빈민촌이 집단면역 지역으로 변신해 코로나19 안전지대로 주목받는 기적적인 상황이 놀랍다.
집단면역은 전염병 유행 집단에서 많은 비율(약 60%)의 구성원이 병원체에 면역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전체의 방역이 완성된다는 의학적 개념이다. 방법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력을 늘리거나, 최대한 많은 인구의 감염을 통해 자연치유자가 느는 것 외엔 없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스웨덴이 초반 감염을 방치하는 집단면역 방역대책을 시행했다 혼쭐이 났다.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사망자를 간과한 것이다. 이후 전 세계는 오로지 백신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이 신기한 건 빈민촌 이외의 지역민의 항체 보유율 16%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뭄바이 빈민촌의 주거환경은 악명이 높다. 슬럼가인 다라비는 여의도 반 만한 1.7㎢의 면적에 100만명이 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뭄바이 중산층 지역뿐 아니라 선진국일수록 항체 보유율은 떨어진다. 미국 뉴욕 주민이 21.2%, 스웨덴 스톡홀름 주민이 14% 정도다. K-방역을 자랑하는 우리는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 결과 3천55명 중 단 1명, 0.03%였다. 코로나19 면역력 0 지대라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예전엔 아이들이 거칠게 자랄수록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었다. 흙을 집어먹고, 누런 콧물을 흘리고, 콩나물 교실에 빽빽이 앉아 공부했어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컸다. 뭄바이 빈민촌의 기적이 실상은 우리가 과거에 무심하게 지나쳤던 기적들 아닌가 싶다. 진화론의 관점에서도 백신 말고는 대책이 없는 위생적인 인류와, 다수의 희생을 무릅쓰고 집단면역을 형성한 뭄바이 빈민들 중 어느 쪽이 자연선택의 승자일지 궁금해진다. 뭄바이 빈민촌의 기적이 '백신 인류'에게 던진 충격이 의미심장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