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조치 도로·항공 교통량 감소
NASA "세계 대도시 대기질 개선"
사람유발 지구의 진동 평균 50%↓
도시민 공기·식물 중요성 깨달아
이는 물론 봉쇄조치와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에너지 사용의 감소, 특히 교통의 감소에 기인한다.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절정인 2020년 3월에서 5월 사이에 미국, 호주 및 독일 등에서 대중교통 이용률은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전세계 항공기 운항도 5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66% 급감했다.
대기 질이 좋아진 것 이외에 우리가 못 느끼는 또 다른 현상도 나타났다. 지진이 감소한 것이다. 벨기에 왕립 천문대가 주도한 전세계 5곳의 기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3~5월 사이에 인간에 의해 유발된 지구의 진동(지진, 지각 소음)이 평균 50% 정도 감소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지각 소음'의 감소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각 소음은 지구 내 진동으로 지진, 화산 및 폭탄뿐만 아니라 여행 및 산업과 같은 일상적인 인간 활동에 의해서도 유발된다. 과학자들은 인간에 의한 왜곡 진동없이 지구의 자연 진동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람이 유발한 소음과 자연 신호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어, 자연 재해를 경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인간 활동의 급속한 감소가 지구의 환경 악화에 인간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 연구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도로, 항공의 교통량 감소로 전세계가 조용해지자 지구의 몸살(진동)도 줄어든 것이다. 소음은 물론 지구만 몸살을 앓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더 큰 고통을 받는다. 유럽 환경청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 인구의 20%가 교통 소음이 건강에 해로운 지역에 살고 있다. 소음(시끄러운 환경)은 오염이지만 대기 오염과는 달리 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 없고, 일시적이기 때문에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소음은 사람을 산만하게 하여 업무, 교육, 수면 등에 만성적 영향을 미치고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철길과 접한 쪽의 교실 학생들의 독서 점수는 건물의 다른 조용한 쪽보다 1년 뒤떨어진다고 한다. 공항 근처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의 독해 능력은 공항이 이사한 후에 개선되었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졌다는 등 많은 연구가 소음의 악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50㏈(데시벨) 이상에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 손상, 혈압과 스트레스 수준 증가, 우울증의 위험이 두 배 증가하고 정신력이 저하한다. 반면에 조용한 환경은 생체 활력을 높인다. 생쥐에게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주니 새로운 뇌 세포 생성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년 전에 영국이 소음 저감법을 제정한 이후 전세계 각국이 소음 수준을 규제하고 있으나, 전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기준인 65㏈을 초과하고 있다. 도로변 주거지역(낮) 소음이 서울 68㏈이고 대구, 인천, 부산 모두 65㏈ 이상이다. 밤 소음은 서울 66㏈이고 광주까지 밤 기준인 55㏈을 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건강에 위험한 소음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경제 악화와 생명의 위협이라는 팬데믹은 도시 거주자들에게 더 깨끗한 공기, 더 조용한 도로, 더 많은 식물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다. 인간이 얼마나 지구를 힘들게 하는지도 알게 됐다. 도시 환경이 개선된 녹색 세계에 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증가한 것은 팬데믹이 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