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서울 종로에 국립중앙관상대가 설치됐다. 기상청의 효시다. '관상대'라는 명칭은 조선 시대 천문대 및 기상청 역할을 한 관상감에서 유래한다. 1982년 중앙관상대가 중앙기상대로 변경됐고, 1990년 기상청으로 바뀌었다. 1998년에는 서울 동작구로 이전했다.
1970~80년대 지상파 방송 기상예보는 국민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김동완 통보관은 웬만한 가수, 탤런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저녁 9시뉴스 말미 시그널뮤직과 함께 등장하는 그를 보며 국민들은 일상을 마감했다. 온화한 인상에 자상한 설명으로 20년 넘게 믿음과 사랑을 받았다.
막바지 장맛비와 함께 기상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계청'에 '오보청' 이란 조롱이 넘친다. 예보로는 맑다는데 몇 시간 뒤 비가 오기도 하고, 한때 소나기가 폭우로 돌변한다. '무속인에게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기상청은 올여름 장마를 전망하면서 7월 말 물러난 뒤 열대야를 동반한 무더위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엊그제 기상청은 중부지방 장마가 8월 10일께나 끝날 것이라고 수정했다. 장마 기간은 무려 48일로 예상돼 사상 최장기록(49일)을 갈아치울 기세다. 중부지방에 10명 넘는 인명피해를 낸 집중호우도 예상을 벗어났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달 초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지역에 호우가 예상됐다. 하지만 2일 오전 경기 남부와 충북 등지에 폭우가 내렸다. 1일 오전까지도 폭우가 내리는 지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실제 인명피해가 난 지역은 예상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예년과 달라진 기상환경 때문에 예보와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시베리아 기압대가 맹위를 떨치면서 북태평양 기압의 북상을 막아 장마가 길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슈퍼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기상 전문가 집단이 왜 이리 자주 틀리는지 궁금하고 답답하다.
폭우가 내린 중부지방에 또 물 폭탄이 예고됐다. 습기 가득한 구름대에 태풍 '하구핏'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수해를 최소화하려면 정확한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만큼은 척척 들어맞는 예보로 땅에 떨어진 위상을 되찾았으면 한다. 참다 못한 국민들이 매를 들지 모른다. 마침 한반도에 상륙할 '하구핏'은 필리핀어로 '회초리'를 뜻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