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들어 좌우 진영의 대립은 치유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됐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좌우익 소통과 공존의 논리 대신, '새는 한 날개로도 날 수 있다'는 억지가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정치권의 논리 실종과 억지 만연이 심각하다. 맞는 말은 맞다고 하는 논리적인 대화가 이어져야 타협이 가능해지고 결론에 합의할 수 있는데, 작금의 정치는 비논리적 억지로 맞는 말도 틀렸다거나 불순하다고 낙인찍고 상대를 진영에 가두고는 끝내기 다반사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례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후배 검사들을 격려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언론의 해석은 분분했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당의 한 의원이 "윤 총장이 사실상 반정부 투쟁선언을 했다"고 맞받아쳤다.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일'이 '반정부 투쟁선언'이라면, 현 정부가 그런 정부라는 얘기인지 아리송해진다. '맞는 말인데 뜬금 없다'는 반응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제 서울·부산 시장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인지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을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실상 검언유착 범죄로 단정했다. 같은 정부의 장관들이 법리를 두고 다른 언행을 하니 법 집행의 논리가 무너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면 안된다는 맞는 말을 했다가 '동지'들의 비판에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이 절친인 조국 전 장관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조만대장경'의 앞장과 뒷장의 논리가 일관성을 상실한데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
정부 여당의 사례만 든건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여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논리가 정연한 맞는 말이면 정적의 말도 포용하고, 말도 안되는 억지면 동지의 말도 내쳐야 국정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억지는 결국 논리 앞에서 힘을 잃는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이 각광받은 이유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