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정신 무시 21대 국회 '통법부'로 전락
정부·여당 '역풍'… 대통령지지도 데드크로스
다수결 폭력 '오만'… 집권 4년차증후군 못피해
21대 국회는 삼권분립 헌법정신과 국회법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오로지 청와대 하명에 따라 군사작전하듯 법안을 밀어붙이는 통법부로 전락했다. 통합당은 "입법독재의 완성"이라고 반발했고, 정의당조차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의 입법권마저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유신독재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하명을 받아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했던 '유정회'가 떠오른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작금의 '신종 독재'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정부 여당에 역풍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서울지역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통합당에 역전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향후 정부 여당이 정책 실패에 무감각해지고 국민 공감 능력을 잃어 가면 이런 추세는 더 악화될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정치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된 이른바 '집권 4년차 증후군'이 있다. 절대권력을 누렸던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4년차로 접어들면서 예외 없이 국정 운영 리더십에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통상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엔 인사 실패로 휘청거리고 중반에는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며 임기 말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인사 비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은 '레임 덕'(lame duck)이 아니라 정치적 뇌사 상태에 빠지는 '데드 덕'(dead duck)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 정부는 작년 조국 장관 임명과 같은 인사 대참사로 도덕적 파탄을 맞이했고, 올해는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 경색,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민심이 급격하게 이반되고 있다. 향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가 터지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현 상황으로 봐서 민주당은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 후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간의 충돌로 집권 세력은 깊은 혼돈에 빠져들지 모른다. 임기 말에 관료사회가 등을 돌리면 권력 누수 현상이 심화되고 결국 현 정부도 역대 정권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실패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정부는 인적 쇄신을 통해 최고 정책 전문가를 등용하고, 새로운 국정과제의 성과를 도출해야 하며,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리서치는 매월 정부가 추진하는 12개 정책에 대한 국민 평가를 실시한다. 7월 3주차 조사 결과, 주거·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19%로 가장 낮았다. 정책 중요도 평가에선 일자리·고용정책을 최우선으로 꼽은 응답이 5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사회안전(47%)과 주거·부동산(45%)이었다. 주거·부동산 정책은 3월 넷째 주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중요도가 10%포인트 증가했다. 주거·부동산을 최우선 과제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아주 높은 반면, 긍정평가가 지극히 낮다는 것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당은 집값 폭등을 이전 보수 정부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협치를 통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최고의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단언컨대, 정부가 정책 실패를 무시하고 찰나의 권력에 도취되어 다수결 폭력이라는 오만함에 빠지면 결국 집권 '4년차 증후군'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