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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지역에 연일 '물 폭탄' 쏟아지고 임진강 유역 주민들의 대피 소동까지 벌어지면서 파주시민들은 1996년의 수해 악몽이 살아나고 있다.

당시 수해 현장의 아픔을 묘사한 시를 소개한다. 이동륜 전 한국문인협회 파주지회장의 '절망 위에 피우는 꽃'이란 시의 일부다.

어찌 잊으랴

그해 여름 7월

연사흘

하늘이 쏟아지듯 퍼붓던 집중호우는

한순간

임진강 강둑을 삼키고

산과 들을 삼키고

우리 집 우리 살림 다 삼키고

광란하듯 수마는 짓밟고 갔다

그러나 우리는 복구의 망치를 들고 다시 일어섰다

그 날의 상처

그 날의 감사

그 날의 용기를

파주시민들은 1996년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해로 기억하고 있다. 군(郡) 단위 자치단체에서 역사적인 시(市) 승격으로 성장발전을 위한 도약의 계기를 맞은 반면 문산, 파주, 법원, 파평, 적성 등지에 사상 유례없는 수해가 닥친 해이기 때문이다.

1996년 7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에 걸쳐 파주시를 강타한 평균 443㎜(적성면 559㎜, 조리읍 329) 집중 호우는 임진강 유역과 그 지천을 끼고 있는 문산 등지에 큰 피해를 입혔다.

문산읍은 27일 오후 5시를 전후로 일부 저지대 가옥이 침수되기 시작해 1시간여 만에 3m 깊이로 물에 잠겨 주민 1만5천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1시간에 3m로 침수된다는 것은 1분에 5㎝씩 수위가 증가하는 셈인데, 이 정도로 빠르게 수위가 높아지면 사람들은 대부분 당황하게 되고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명피해가 1명에 불과한 것은 주민들의 침착한 행동 덕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문산과 적성을 잇는 37번 국도와 1번 통일로 문산읍 구간이 침수되고 철도가 유실돼 교통이 두절됐으며, 정수장과 전화국이 잠겨 수돗물 공급은 물론 통신까지 두절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인명피해 1명, 이재민 1천360세대 5천315명, 4천50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1996년 참담했던 문산지역 수해에 이어 1998년에는 광탄지역에 사상 유례가 없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37명의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고 2만여 건의 이재민과 1천억원대 재산손실이 발생하는 등 시민들이 감내하기 힘든 시련을 겪었다. 당시 광탄지역에는 연평균 강우량의 절반에 달한 541㎜의 비가 8시간 만에 쏟아졌다.

1996년 시(市) 승격이 체계적인 지역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면, 수해(水害)는 지역개발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심사숙고하면서 파주의 젖줄인 '임진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줬다.

이후 파주시는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임진강은 함경남도 덕원군에 위치한 마식령 산맥에서 발원해 강원도와 황해도를 거쳐 경기도로 들어온 후 유역의 제1 지류인 한탄강과 합류한 후 서해의 강화만으로 유입된다.

유역의 63%는 군사분계선 이북에 위치하고 남쪽의 유역면적은 3천9㎢다. 유역면적은 8천118㎢로 한강 유역의 1/3정도며 금강보다 조금 작다. 하천연장은 255㎞로 한강의 1/2 정도이며 금강보다 작고 섬진강보다는 길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